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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은 까다롭다? 그건 잘 모르는 소리 [Weekend Book]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1 04:00

수정 2021.05.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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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고정관념 깨줄 책 두권
'나의 비거니즘 만화'
비거니즘, 채식주의 아닌 동물 착취 지양하는 삶의 방식이자 태도
'섭식일기'
채식 다짐한 저자의 먹을 것에 대한 고민 담아
"간소함의 미덕 배웠다"
비건은 까다롭다? 그건 잘 모르는 소리 [Weekend Book]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현재 15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10년 전에 비해 10배 증가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식품업계를 넘어 의류, 뷰티, 유통업계 등 산업 전반에서 윤리적 소비의 한 영역으로서 비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비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단순히 식생활에서 육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만 부각되는 비건이 아닌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으로서 '비거니즘'을 소개하는 이들이 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푸른숲 펴냄)의 저자는 본인이 동물을 특별하게 사랑하거나 반려동물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비건이 된 이유는 비인간 동물도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진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거니즘'이란 단순히 '고기, 생선,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삶의 태도'이며 그러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 비건이다. 그가 말하는 비거니즘은 단순히 식생활에서 육류나 어류 등을 섭취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환경 문제까지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방향으로 향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다. 아직까지도 '어렵다', '까다롭다'라고 인식되는 비거니즘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워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채식주의자 범주의 틀로 비건을 구분하고 이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타인을 평가하거나 스스로 틀에 갇히기 보다는, 종을 넘어 다른 삶을 존중하는 평화적인 방식으로서의 '불완전한' 비건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

'섭식일기'(오월의봄 펴냄)는 '현재진행형'인 채식 지향인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기로 결정하는 날들 동안 느낀 기쁨과 슬픔, 고민, 깨달음 등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먹는 것의 종류는 제각기 다를지라도 생명체라면 응당 무언가를 섭취해야만 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섭식은 언제나 '살생'을 동반한다. 그중 가장 끔찍한 형태는 아마 언제 어디서든 양껏 '고기'를 먹겠다며 수많은 동물들을 학살하는 대규모 축산업일 것이다. 인류세 그 어디에도 없었던 광경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매번 반복되는 죄책감에서 자신을 구출한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동시에 항상 먹을 것이 넘치는 시대, 항상 '더 많이'가 미덕인 세상에서 욕심을 줄이고 간소하게 먹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말한다. 또한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은 영양가 없이 따분하고 금욕적인 일이 아니라 섭식에 관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즐겁고 새로운 세상임을 강조한다. 마치 고기가 꼭 있어야 완성된 밥상인 것처럼 여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먹는 것이 나와 타자에 더 좋은 일인지 스스로 생각하기를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계기로 비건의 삶을 선택한다.
건강을 생각해서, 인간 외의 생명에 대한 존중으로, 비윤리적인 대규모 축산업에 반대하기 때문에 등등. 그 밑바탕에는 나와 타자의 생명에 대한 '관심'이 있다. 이 관심이 특정한 삶의 지향을 갖도록 어떤 이들을 움직였다.
그들은 하루 아침에 비건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쪽으로 관심 두고 서서히 움직인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시도해보기를 권하는 '나의 비거니즘 만화'와 '섭식일기'를 통해 나를 둘러싼 다양한 생명에 더 큰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김태희 예스24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