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요즘 애들은 뭐하고 놀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MZ 세대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Z 세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해 스마트폰 문화에 더욱 익숙한 1020 세대다. 코로나로 가속화된 비대면 시대, 모든 일상이 플랫폼을 통하는 시대, Z문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전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독서실'이 있다. 한 방(화면)에 모인 사람은 25명. 한 건물(서버)에 모인 사람은 400명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모인 이들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 히잡을 둘러쓴 이슬람 여성부터, 말갈기 머리를 한 멕시칸 남성까지. 이곳은 국경 없는 온라인 독서실이라 불리는 '스터디 스트림'(study stream)이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 독서실이 Z세대의 신종 '스터디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스터디스트림이 제공하는 줌 링크에 접속하자 바둑판처럼 구분된 화면에 수십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화면에 나타난 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공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서양인은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는지 볼펜을 입에 물기도, 이마에 찧기도 했다. 한 동양인은 불닭볶음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책상에 올려진 공책을 가만히 응시하기도 했다. 물론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정체 모를 춤을 추는 '장난꾸러기'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큰 방해가 되진 않았다. 스터디스트림은 '음소거'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스터디스트림을 애용하는 취업준비생 박혜진(24)씨는 "코로나19로 독서실 이용이 제한되고 꾸준히 온라인 독서실을 이용하고 있다"며 "평소 공부하는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독서실에 가는 편인데, 온라인 독서실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굳이 외국인과 함께 공부하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전 세계 서버에 접속하면 밤, 낮 상관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스터디앱 켜놓고 경쟁심 불태워요"
얼굴 공개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비화면' 온라인 독서실도 있다. Z세대 입소문을 타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열정품은타이머'(열품타)다.
열품타에 접속하고 Δ취준생 Δ공시생 Δ전문직 등의 개인 정보를 설정하니, '맞춤형 스터디 그룹' 목록이 나타났다. 그중 하나의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자 현재 공부중인 멤버 목록과, 멤버별 각자의 공부 시간이 제공됐다. 한쪽에는 공부 시간이 긴 이용자를 보여주는 '실시간 랭킹'도 있었다.
온라인 스터디라고 느슨한 공부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스터디 그룹은 저마다의 '규칙'을 공지하고 있었다. Δ아침 '캠'(CAM) 인증 필수 Δ하루 최소 7시간 공부 Δ주 6회 출석하기 Δ휴무날(쉬는날)은 하루 전날 상태메시지에 적기 등이다. 해당 규칙을 위반할시 가차 없이 그룹에서 탈퇴당한다.
해당 앱을 이용하는 공무원 준비생 배영주(24)씨는 "한 그룹당 최대 50명의 인원 제한이 있는데 시험 기간이 임박해오면 실제 학교 도서관처럼 자리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면서 "혼자 오랜 기간 공부하면 느슨해지기 쉬운데 같은 공부하는 사람들을 모아두니, 모두가 경쟁자처럼 느껴지고, 스스로 공부량을 늘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덕분에 목표대학 여러개 붙어서 골라갈 수 있었어요"
유튜브에서는 최근 '스터디윗미'(Study with me)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터디윗미는 카메라로 자신의 공부 장면을 보여주며 시청자와 함께 학습하는 1인 콘텐츠다.
20일 오후 유튜브 검색창에 스터디윗미를 검색하니 100여개에 가까운 '실시간 스트리밍'이 방송되고 있었다. 한 방송당 최소 100여명에서 최대 1000여명에 가까운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화면 왼쪽에 1교시, 2교시, 3교시, 점심시간 등 시간표를 올려두고, 이에 맞춰 본인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유튜버가 공부하는 속도에 맞춰 자신의 학습 시간을 조절했다. 유튜브가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인 셈이다.
일각에선 Z세대들의 '온라인 독서실' 문화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정말 공부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온라인 콘텐츠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다 목소리다. 하지만 공부법은 개별 성향과 환경에 차이가 상당한 분야다. 결국 본인에게 맞는 공부법은 본인만 안다.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에서 업로드한 스터디윗미 콘텐츠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한 시청자를 유입하며 조회수 600만회를 기록했다.
한 시청자는 "작년 고3 내신 시험기간에 새벽공부할때 이 영상 맨날 틀어놓고 공부했었어요. 새벽에 가족들 다 자고 나혼자 불켜진 방에서 공부하면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이 종종 들었었는데 이 영상 틀고 공부하면 괜찮았어요. 같은 새벽 밤샘이라 동질감도 들고 힘든 공부가 위안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목표 대학에 들어가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언니를 보면서 입시기간에 마음 많이 다잡았어요. 덕분에 목표대학 여러개 붙어서 골라갈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라고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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