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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주 200만명 감염 인도 들어가는 無백신 한국 선원들 [김기자의 토요일]

이달 인도 거친 한국인 기관장 사망
사망 뒤에야 한국 정부 사태 파악해
한국 국적선 아닌 선박은 통제 안 돼
'외국 선주, 외국 선박, 韓선원' 어쩌나
백신 우선접종 계획도 유명무실... 난감
[파이낸셜뉴스] 인도를 거쳐 아랍에미리트(UAE)에 기항한 화물선에서 한국인 기관장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가운데, 유사 사례를 방지할 조치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 확진자수가 200만명이 훌쩍 넘는 인도에 한국인 선원이 탄 배가 들어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막을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에 자주 기항하는 케미칼 선박 중에선 한국 선원관리업체가 관리하는 외국 선주사 선박도 많지만 외국 선박이라 정부가 입항을 자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선원들에 대한 백신접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상운송을 책임지는 일선 선원들은 입항국가 관료 및 항만 관계자들과 접촉이 불가피하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단독] 매주 200만명 감염 인도 들어가는 無백신 한국 선원들 [김기자의 토요일]
인도를 거쳐 UAE에 기항한 일본 선주사 파나마 국적 선박에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기관장이 사망했다. 정부는 이 사실을 사망 뒤에야 파악했다. 해양수산부는 외국 선주사 선박의 코로나19 고위험국 기항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fnDB.

코로나 '사망' 韓기관장, 언제든 재발 가능

22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인도 등 코로나19 고위험국가에 기항하는 선박에 탄 한국인 선원의 보호조치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는 하루 확진자수가 20만명에서 많게는 30만명을 넘는 고위험국가다. 항만에 들어간 선박 선원들이 해당 국가 관료 및 항만노동자들과 접촉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상존한다.

지난 9일 UAE 푸자이라에 기항한 케미칼선 DM에머럴드호(1만1749t)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기관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망한 A기관장(65)은 4일 푸자이라항에 입항한 뒤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해당 선박은 지난 4월 인도 칸들라항,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항을 거쳐 푸자이라에 입항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A기관장은 해상에서 증상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기관장 외에도 한국인 선장 B씨 역시 양성판정을 받아 UAE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선박 또 다른 한국인 선원 C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선박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선원은 한국인 2명 포함 총 13명이다.

A씨 사망 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정부는 A씨 시신을 육상으로 이송해 장례절차에 돌입하고 B씨 치료 및 처치를 한국 가족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보도로 해당사건이 알려진 뒤 유족임을 밝힌 D씨는 “인도에서 기항을 한 후 배에 코로나가 퍼졌는데, 아버님의 증상이 악화되어 호흡곤란이 심하셨다”며 “증상을 계속 호소하며 치료를 요청했지만 아랍에미리트 현지 항만의 허가만 기다리시며 고통스러워하시다 배 안에서 쓸쓸히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D씨는 이어 “걱정되어 보낸 마지막 카톡은 아버님이 읽지 못하셨는지, 1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면서 “시신을 내리는 것도 허가가 나지 않아 배 식품 냉동고에 며칠 보관한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졌지만 지금은 영사님의 조력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시신을 육지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본지 5월 13일. ‘[단독] 인도 기항 선박서 코로나19 퍼져··· 한국인 기관장 '사망'’ 참조>

A기관장은 이번이 마지막 항해였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단독] 매주 200만명 감염 인도 들어가는 無백신 한국 선원들 [김기자의 토요일]
선원들은 국제교역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며 불특정 다수 국가 인력들과 접촉을 피할 수 없지만 효과적인 백신접종계획이 없어 대다수가 접중을 받지 못한 상태다. fnDB.

백신 난민된 한국 선원, 두려움에 떤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거듭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국 선원 중 상당수가 외국 선주 선박을 관리하는 한국 선원관리회사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러한 선박에서 근무하는 한국 선원을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서부엔 화학산업이 집중돼 있어 케미칼 선박이 주로 들르는 기항지다. 한국 선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케미칼 선박 가운데선 일본 선주사 선박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 선박이 인도에 기항할 때 정부는 어떠한 개입이나 관리도 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한국인 기관장과 선장의 코로나19 감염사실을 A씨 사망 전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현재도 케미칼 선박에 탄 한국인 선원들이 인도 등 코로나19 위험국가에 기항해 현지인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기준 인도 하루 일일 확진자는 53만명이 넘어 사실상 통제력을 잃었으나 주요 항만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한국은 자국 선원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백신 우선접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선원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1만여명이 넘는 선원 가운데 우선접종을 받은 선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3주 간격으로 2번 이상 접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선박의 운항일정에 맞춘 적극적인 백신 접종계획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에선 국제교역 일선에서 근무하는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선박 특수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선원들에게 백신을 우선접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고 출항 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는 선원 특성상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적잖은 국가가 병원치료가 긴급한 선원이 발생했음에도 백신접종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 선원의 경우 절대다수가 백신을 맞지 않아 유사시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일부 국가는 자국에 기항하는 일부 선원들에게 선원복지차원에서 백신을 무료접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으로, 일부 선원은 해당 백신의 안전성이 의심됨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접종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회장이 제31대 회장으로 추대된 아시아선주협회(ASA)는 지난 18일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선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게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단독] 매주 200만명 감염 인도 들어가는 無백신 한국 선원들 [김기자의 토요일]
일본 선주사 케미칼선 DM에메랄드호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한국인 기관장이 사망했다. Vessel F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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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