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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간 한국인들 영어이름 쓰는 이유 [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3 17:36

수정 2021.05.27 21:51

"고액연봉 받고 기술 유출"  인식
한국복귀 대비 현지활동도 꺼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정부의 한국 기술인력 빼가기는 기술유출 그 자체를 넘어 기업과 개인적 이미지에도 타격을 준다. 넓은 의미에선 우수한 인력이 해외에서 보다 나은 대가를 받고 스카우트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중국에선 기술유출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으로 취업한 한국 기술인력이 현지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당초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몇 배를 약속하지만 그 기간이 한정돼 있는 것은 함정이다. 통상 해당 기술자의 노하우를 중국 인력이 모두 습득하는 때가 계약 종료시점으로 알려져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한국 기술진의 계약이 연장되는 것은 통상 3~5년"이라며 "기술 지식을 잘 알려주지 않는 일본 인력이 10년 이상 장기근무하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말했다.


한국 기술진 입장에선 고향으로 돌아갈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고액 연봉을 받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 알려지면 향후 한국에서 재취업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 기술인력은 중국에서 한국어 대신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는 일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민활동이나 커뮤니티도 참여하지 않는다. 주중 대사관과 영사관, 한인회의 지원 역시 포기하고서라도 중국 기업 입사가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고 한 중국 소식통은 귀띔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현지에 나온 한국 정부관계자들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밝히거나 큰 사건사고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이웃들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소식통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한 지방 성도에만 1000명 이상의 한국 기술진이 영어식 이름을 쓰며 생활하고 있다"면서 "소문을 듣고 여러 차례 접촉을 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의 필요성과도 맞아떨어진다. 중국은 해당 인력을 내보내고 또 다른 기술진을 고액 연봉 등으로 유인하면 된다.
비밀유지는 양측 모두가 원하는 사항이다. 이런 형태의 한국 기술인력 수는 중국 대도시와 첨단기술도시로 갈수록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이 제시하는 달콤한 당근책과 한국 내에서 대조적인 대우를 생각하면 무조건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면서 "기술 유출이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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