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올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외국인의 비율이 0%대를 기록했다. 난민은 아니지만 인권 침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으면 받은 인도적 체류 결정 비율도 0%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1%, 3.6%였던 난민인정률과 인도적 체류 결정률이 올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난민 인정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24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난민 인정률은 0.3%(3879건 중 1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난민심사 제도를 도입한 후 역대 최저치다.
인도적 체류 결정률도 3879건 중 21건으로 0.8%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인도적 체류 결정률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6.2%, 7.4%, 16.5%, 6.1%, 3.6%의 결정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1%에도 못 미치는 0.8%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심사 건수는 큰폭으로 늘어났다. 2018년에는 3958건, 2019년에는 5071건, 2020년에는 6249건이었던 심사완료 건수는 올해 1~4월까지 벌써 3879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심사 완료 건수는 1만건을 가뿐하게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의 난민심사 건수는 크게 오른 반면 난민신청 자체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9년에 1만5452건이던 난민신청은 2020년에는 6684건, 올해 1~4월까지는 894건으로 집계됐다.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외국인들의 입국 자체가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난민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심사 신속 절차가 없는데도 심사 완료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심사를 짧게, 빨리빨리 했다는 것"이라며 법무부의 졸속 심사를 비판했다.
난민 인정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난민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인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법무부가 난민심사에서 엄격한 잣대를 더 들이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호사는 "2018년 예멘인들이 우리나라에 온 이후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한다는 걸 법무부가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시민사회 눈치를 덜 보고, 난민 불인정을 하는 것에 더 자신감이 많이 축적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희가 보기엔 너무나 분명한 사례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인정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난민 불인정 결정이 나더라도 법무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성 부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확고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정치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난 외국인의 난민접수를 하지 않아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1년2개월간 노숙생활을 하게 한 사건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눈치가 보여 안 했던 것을 최근에는 '일단 한번 해볼까'라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190개국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29.9%, 인도적 체류 결정률은 44.2%다. 경제협력개발기주 OECD 37개국 회원국 기준으로 보면 인정률은 24,8%, 인도적 체류결정률은 3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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