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단 편곡에 텍갈이까지… '배짱' 출판사의 '엉터리' 악보집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2> 학원서 팔리는 악보집 대다수가 불법
BTS·이루마 곡 등 허락없이 판매
6만3000여권 무단유통 7억 피해
작곡가들, 출판사 상대 법적 대응
협회 솜방망이 처벌에 재발 악순환

피아노 악보집에 실린 악보가 원작자에게 개작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fnDB.
피아노 악보집에 실린 악보가 원작자에게 개작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fnDB.

저작권 이용허락 없이 악보집을 만들어 판매하는 출판사가 다수 확인됐다. 이용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몰래 팔거나, 다른 책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증지(저작권이 관리되고 있다는 표시)를 받은 뒤 전혀 다른 악보에 붙여 파는 '텍갈이' 사례도 적발됐다. 저작권자들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한다. 저작권 관리 책임이 있는 KOMCA의 관리부실이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부 유력 저작권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텍갈이' 등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명 작곡가들이 최근 출판사 다수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섰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이루마씨 등은 최근 A·B·C 사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법적대응을 진행 중이다. 저작인격권과 2차 저작물에 대한 무분별한 침해로 피해를 입은 음악업계 현실을 바꾸기 위한 목적이다.

음악저작권 침해는 통상 KOMCA가 관리한다. 저작권 관리를 KOMCA에 위임한다는 신탁계약을 체결한 저작권자에 한해서다.

출판사들은 KOMCA와 계약된 작곡가들의 악보를 이용할 때 KOMCA로부터 이용허락 승인과 증지번호를 받아야 한다. 사용료를 내고 승인과 증지를 받은 곡에 한해서만 악보집을 복제해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식 루트'를 밟지 않고 악보를 판매해온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이루마씨는 2019년 KOMCA와 신탁계약을 해제했다. A출판사는 악보집을 내고자 2020년 1월 이용허락을 신청했다. 위탁범위에서 제외된 사실을 알았지만 악보집 3권이 출판됐다.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2019년 12월 이전에 출판된 악보집에선 '텍갈이' 사례도 발견됐다. 승인을 받은 것과 전혀 다른 곡이 실린 악보에 증지를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출간된 한 악보집에는 방탄소년단(BTS)과 이루마 곡을 비롯해 '이누야샤'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유명 애니메이션 삽입곡 악보가 실려 있다. 수록곡들은 모두 원작자 의도와 다르게 무단 편곡돼 있다.

출판사들은 권당 1만2000~1만7000원 사이로 악보집을 판매한다. 이중 약 8%(약 1000원) 정도의 저작권료만 KOMCA에 지급한다. 악보집은 피아노학원에서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도 잡기 어렵다.

악보 사용 권리를 정식 위탁받은 업체가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6만3000여권이 무단 유통됐고 피해금액이 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는 최근 이들 출판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왜 나한테만" 반문하는 출판사

더욱 큰 문제는 출판사들의 인식이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출판사 일부는 사건이 공론화된 뒤 "다른 큰 회사들도 다 하는데 우리한테만 왜 그러냐"고 억울해 했다는 소식이다.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재발 이유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B출판사에 대해 초범이라는 점과 사안이 비교적 중하지 않다는 점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후 B출판사는 같은 수법으로 악보집을 판매했고 재차 고소장이 접수됐다.

비슷한 사례가 거듭되며 일부 작곡가들은 KOMCA와의 계약해지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KOMCA가 실태조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KOMCA에도 신고를 했고, (KOMCA에) '대형서점에 와서 직접 보라'고도 했지만 경고조치로 끝났다"고 답답해했다.

현재 KOMCA는 매달 4회 전국 대형 서점 등에서 현지 조사한 뒤 소명 절차나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사 내용은 △증지 오부착 출판물 조사 △증지 미부착 출판물 조사 △수록곡과 이용허락곡 일치 여부 등이다.

KOMCA 측은 "법무팀을 통해 누락된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아울러 29개 출판사에게 공문을 보내 증지 미부 착 및 고의 오부착 행위, 악의적 침해행위 등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과 사용승인 거절할 수 있음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김지환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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