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제철 식재료로 담백하게 조리 '기름진 중식' 편견을 깨다 [Weekend 라이프]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8 04:00

수정 2021.05.28 04:00

해비치 호텔&리조트 중식당 '중심' 소태창 셰프
백리향·호경전·딘타이펑 거친 광둥식 요리 명장
증기로 찌는 조리법 등 영양소 손실 최소화 강조
간장소스 두릅찜·북경오리·우육탕면 대표 메뉴
제철 식재료로 담백하게 조리 '기름진 중식' 편견을 깨다 [Weekend 라이프]
제철 식재료로 담백하게 조리 '기름진 중식' 편견을 깨다 [Weekend 라이프]
"중국 음식은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좋은 식자재와 색다른 조리법을 더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중식'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가 서울의 중심, 종로에 문을 연 중식당 '중심'은 그 색다름으로 오픈 1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흔히 짜장면, 탕수육, 짬뽕 등으로 대중과 친밀한 중식이지만, 그만큼 기름져 '건강'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심'의 요리는 좀 다르다. 두릅과 같은 제철 채소나 돼지 꼬리나 족발과 같은 중식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식재료가 많이 쓰인다. 요리법도 단순히 튀기거나 볶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명인의 어간장이나 고추장을 사용해 담백한 맛을 낸다.
이러한 새로운 반향의 중심에는 소태창 셰프(사진·41)가 있다. '중심'을 진두지휘하는 소 셰프는 정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2.5 세대 중식 셰프로 꼽힌다. 짜장면·탕수육 위주의 중화요리 반점이 1세대라면, 수준 높은 본토 중식을 선보이기 시작한 호텔 프리미엄 중식당이 2세대, ��고 트렌디한 중식을 선보이는 중식당을 3세대라 할 수 있다.

조부모의 1세대를 거쳐 3세대까지 모든 중식당의 주방을 경험한 소 셰프는 "전통 중식과 이른바 퓨전이라 불리는 트렌드를 다 경험했다. 정통 중식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변주를 더한다는 의미에서 2.5세대로 불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 셰프는 일반적으로 호텔 중식당을 책임지는 헤드 셰프로서는 꽤 젊은 편이다. 만 40세로 젊은 그지만, 20년이 넘는 탄탄한 경력을 지녔다. 이는 조부모와 부모가 모두 중식당을 운영해 18살의 이른 나이에 중식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1999년에 63시티의 백리향을 시작으로 아워홈 도리원, 딘타이펑,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호경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대만의 유명 딘섬 전문점인 딘타이펑이 국내에 처음 오픈할 당시 26세의 젊은 나이로 조리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중심'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최고급 요리로 손꼽히는 광둥식 요리에 대한 대중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소 셰프는 '중심'이 내세우는 '슬로 중식'이라는 타이틀에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항상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는 마음으로 요리하라고 강조해 온 조부모와 부모의 영향으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중식은 그의 오랜 목표이자 철학이다.

그는 "흔히 중식은 기름을 많이 쓰기에 무겁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중국 본토에는 찌거나 삶는 다양한 조리법이 있다. 그런 것들을 알려서 중식이 가진 편견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중심'에서는 대중적인 중식 요리 외에도 좀 더 다양한 요리들이 인기다. 북경 오리, 불도장 같은 고급 요리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배운 우육탕면도 소 셰프가 특별히 자랑하는 메뉴다.

소 셰프는 "두릅이나 전복과 같은 제철 식재로를 많이 쓰고 조미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육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한국 명인의 어간장이나 고추장을 중식과 접목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의 식재료 선정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다. 친환경 수산물 인증(ASC)을 받은 전복이나 중식에 잘 사용하지 않는 두릅 등의 제철 식재료 등을 적극 활용하고, 식재료 상태와 불의 세기, 날씨까지 고려해 6시간 이상 끓여 준비한 육수를 사용한다.

지난 2월에는 중식임에도 기름을 뺀 '오일 프리 프로모션'도 열었다. 중식이 '기름진 음식'이란 편견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다. 기름에 볶고 튀기는 요리 대신, 많은 양의 증기로 쪄내는 '청증(淸蒸)' 조리법을 사용해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식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린 '간장 소스 메로찜'과 삶은 닭은 팔각, 산초, 대파, 생강 등을 넣은 찜기에 오랜 시간 쪄낸 뒤 식힌 '오향 닭 냉채'를 선보였다. 지난 4월부터 이달에는 한식에서는 흔히 쓰이지만 중식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어간장 소스와 두릅을 활용한 '간장소스 두릅찜', ASC 인증을 받은 완도산 전복을 활용한 '간장소스 활 전복찜'도 내놨다.

이같은 '담백한 중식'의 매력은 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지난 2~3월 봄맞이 '오일 프리 프로모션'에서 선보였던 오향 닭 냉채와 간장소스 메로찜은 지난해 12월 겨울 프로모션 대비 약 2배(100%)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사실 두릅찜이나 간장 소스를 쓰는 방법은 소 셰프로서도 구상 단계에서는 '이게 될까'는 걱정도 많았다. 특히 어간장의 경우는 '비리지 않을까', '중식에 어울릴까' 등의 고민이 깊었다. 소 셰프는 "그렇게 탄생한 요리가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생각과 다르게 깊은 맛을 낸 것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저도 '중식에서 어울릴까'는 편견이 있었던 거다. 이래서 요리는 해봐야 아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주방은 전쟁이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덥고 힘들고 노동 강도도 세다.
그렇지만 요리들이 빈 접시로 돌아올 때 느끼는 그 성취감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요리에 대한 도전 의지가 확고하다.
소 셰프는 "요리 칼을 놓을 때까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고 도전하는 것,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틀에 박히지 않은 요리를 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심'에서 '건강한 중식'으로 중국 음식이 가진 편견을 줄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