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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이 쏘아올린 작은 관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0 19:45

수정 2021.05.30 19:45

[fn광장]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이 쏘아올린 작은 관심
2021년 5월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한국드라마 콘텐츠 1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인 드라마가 있다. 총 10부작으로 편성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은 죽은 고인의 마지막 물건들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담은 토종 한국 드라마다.

죽은 사람이 남긴 물건 중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상속인 혹은 누군가가 가져가겠지만 고인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깃들어있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버려질 운명을 가진 이른바 '폐기물'도 많다.

이 드라마는 남들에게는 그저 폐기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물건들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가 그 속에서 고인의 특별한 추억을 찾아내서 생전에 그것들을 함께 공유했을 유족 혹은 고인과 특별했던 사람에게 전달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고인의 삶을 반추해보고 유품을 통해 사후에도 이어지는 인간애를 느끼게 해준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갓 성인이 된 '한그루'라는 스무살 청년으로 유품정리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을 배우고 있다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후견인으로 등장한 트러블메이커 삼촌과 함께 가업을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것은 주인공 한그루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장애인 캐릭터라는 점이다. 그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나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눈치없는' 모습을 보이는 등 타인과의 소통에는 다소 서툴지만 거짓을 말하지 않고 순수하고 편견 없이 세상을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드 '굿닥터'나 한국영화 '증인'에서도 유사한 캐릭터가 나온적이 있어서 익숙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장애를 가진 캐릭터이기에 자칫 그 표현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다행히 이 드라마는 웰메이드 기획과 제작, 탄탄한 대본과 연출 그리고 주인공 역의 탕준상 배우의 호연으로 균형감과 존재감을 모두 갖췄다.

실제로 현실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특정한 주제나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해 비장애인은 잘 모르는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번 본 데이터를 통째로 외우기도 하는 등 단어에도 천재적 면모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화성 우주선 개발자 등의 기발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스타 경영자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가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해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고백하고 "내가 말할 때 억양이나 운율이 다양하지 못하죠.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천부적인 코미디언이라고 말합니다"라며 말하며 좌중을 웃긴 적도 있다.


현실과 환상의 적절한 결합이 관건인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한그루의 행동도 마치 인공지능(AI) 로봇 같은 양식화된 패턴으로 시각화되어 긴장을 풀어주고 코믹한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의 내면과 외면이 하나의 통합체로 나타나면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의 심성이 우리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아에 대해서도 작은 관심을 불러일으켜주었기에 앞으로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인류애의 유품'처럼 세상에 큰 존재로 남기를 바라본다.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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