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각국 정부, 속속 가상자산 제도 정비..시장 관리 나선다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4:58

수정 2021.05.31 14:57

[가상자산 열풍 투기인가 혁신인가]
투자자 급증하며 가상자산 정책 잇따라 도입
韓, 투명성 제고·산업육성 '투트랙'
美, 과세 추적 시작·투자자 보호도 목표 
日, 거래소 등록 규정 도입 등

정부는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위를 거래 투명성 제고 주무부처로 배정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위를 거래 투명성 제고 주무부처로 배정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세금탈루와 자금세탁방지(AML),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각국 정부가 정책마련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도 다양한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작 제도권 편입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다.
가상자산이 정부나 중개인 개입 없이 커뮤니티가 화폐 발행과 투자를 주도하겠다는 '탈중앙화' 이념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정부 규제에 대한 반발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산업이 정부의 규제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가는지가 가상자산 제도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시장관리-과기정통부 산업육성 '투트랙'

정부는 지난 2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금융위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소 거래소 폐업 과정에서 거래소 대표 측이 '먹튀'를 하거나 해킹 피해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신고 가능한 사업자 위주로 조속히 시장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신고 가능 거래소는 조속히 심사를 추진하고 신고 신청·수리 현황을 공개해 폐업에 투자자들이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고 이후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와 횡령·해킹 방지 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거래소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거래소 자체 코인을 상장해 거래시키거나 거래소 측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표] 정부 가상자산 관리체계
부처 소관분야
금융위 ▪ 거래투명성 제고 주무부처 ▪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 ▪ 자금세탁방지
기재부 ▪ 가상자산 과세 ▪ 외국환거래법령 위반여부 점검
과기정통부 ▪ 블록체인 산업육성 ▪ 가상자산사업자 해킹 방지
검·경 ▪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등 범죄 단속
공정위 ▪ 가상자산사업자의 불공정약관 직권조사
개인정보위 ▪ 거래참여자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대응
국세청 ▪ 가상자산 과세제도 시행 준비 ▪고액체납자 가상자산 강제징수
관세청 ▪ 외국환거래법 위반행위 단속
(출처=국무조정실)

블록체인 기술·산업 발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게 됐다. 블록체인 기업 육성을 위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참여자간 합의기술, 스마트 계약 보안기술 등 핵심 기술에 향후 5년간 총 113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양도 소득에 대한 과세에 대비해 국세청과 관세청이 가상자산 관계부처TF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부가 정책 기조 변경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7월 3만2000명 선이던 가상자산 거래소 신규 가입자는 지난 4월에는 200만명까지 늘었다. 4월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22조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시장 거래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부는 당초 2017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투기 과열 진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금지 △ICO 금지 △가상자산업자 신용공여 금지 등을 추진해왔다.

美 "가상자산 시장 규제 더 적극 개입"

미국에서도 가상자산 제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 마이클 쉬 청장 대행은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당국은 1조5000억달러(약 1668조6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OCC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화폐)을 현지 시중은행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률 해석을 발표하는 등 금융 산업의 가상자산 접목에 대한 전향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각 주별로 가상자산 취급업소의 무분별한 난립 방지 및 이용자 보호 등을 목적으로 가상자산 기업 등록 및 인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주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비트라이선스를 획득하도록 규정하는 엄격한 가상자산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와이오밍주는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은행을 인가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하는 등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반면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ETF에 대해서 지난 2017년부터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 마이클 쉬 청장 대행은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당국은 1조5000억달러(약 1668조6000억원) 규모의 암호 화폐 시장을 규제하는데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출처=fnDB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 마이클 쉬 청장 대행은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당국은 1조5000억달러(약 1668조6000억원) 규모의 암호 화폐 시장을 규제하는데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출처=fnDB

미 국세청도 가상자산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예산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해외 거래업체의 정보를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가상자산 거래소 및 수탁업체들을 600달러(약 70만원) 이상 자금 이체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기업에 포함했다. 세금 징수를 위한 그물망을 촘촘히 깔겠다는 것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국세청(HMRC)은 지난 3월 가상자산 과세 지침 업데이트를 통해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예치하고 이자 수익을 얻는 스테이킹을 새로운 과세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일본은 지난 2017년 4월 자금결제법 1차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과 관련 사업자를 정의하고, 가상자산 교환업자의 등록 규정을 처음 마련했다. 현재 일본 금융청(FSA)의 관리·감독 아래 운영되는 가상자산거래소협회(JVCEA)에서 거래소 등록 및 코인 화이트리스트 등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총 31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JVCEA에 등록돼 있고,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거래소에서 취급 가능한 가상자산은 25개 남짓이다.

유럽에서도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제도화 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 EU는 작년 9월 27개 회원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상자산 거래·발행 포괄적 규제(MiCA, Markets in Crypto Assets)'를 발표, 가상자산을 EU 금융 법률로 규제하고 가상자산 감독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법률은 오는 2024년 도입을 앞두고 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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