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수달 때문에'·충주 청소년 실내놀이 체육시설 위치 논란

뉴스1

입력 2021.06.02 11:07

수정 2021.06.02 11:07

2일 충북 충주시가 청소년 실내놀이 체육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건립 위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호암늪지 매립을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 모습.(독자 제공)2021.6.2/© 뉴스1
2일 충북 충주시가 청소년 실내놀이 체육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건립 위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호암늪지 매립을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 모습.(독자 제공)2021.6.2/© 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에서 '수달 때문에' 청소년 실내놀이 체육시설 위치가 변경될 가능성이 생겼다.

2일 충주시는 청소년 실내놀이 체육시설을 짓기로 하고 현재 건립 위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내놀이 체육시설은 2019년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정책 제안으로 시작했다.

시는 청소년들의 제안을 수용해 50억원의 예산을 세우고 올해 20종류의 놀이시설 50여 개을 갖춘 실내놀이 체육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1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건립 예정지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Δ더베이스 호텔 옆 Δ택견전수관 옆 Δ안림택지지구 안 Δ어린이체육공원 옆 등 4개 후보지 중 '더베이스 호텔 옆'이 47.9%로 1순위로 꼽혔다. 2순위는 택견전수관 옆, 3순위는 안림택지지구 안, 4순위는 어린이체육공원이다.

그런데 '더베이스호텔 옆'이 호암늪지(연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놀이시설을 지으려면 호암늪지를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호암늪지는 최근 수달 배설물이 잇따라 발견되며 수달이 쉬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호암늪지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호암지가 나오는데 수달을 호암지에서 목격한 시민도 여럿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충주역사바로세우기 시민 모임' 등 단체와 호암늪지 매립을 반대하는 주민은 2주 전부터 호암늪지 앞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수달이 살 정도로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호암늪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 설문조사도 '더베이스호텔 옆'이 아니라 '호암늪지 자리'로 진행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호암택지 주민들은 청소년 실내놀이 체육시설이 실제 청소년이 가장 많이 사는 호암동 지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암택지에 사는 한 주민은 "호암늪지에서 발생한 모기가 아파트 단지 주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악취가 나기도 하는 호암늪지를 이참에 메꿔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로 시에 진정을 낸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는 "기후변화 시대에 역행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시민의 재산을 팔아 특정인의 부동산 가치를 높여주는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호암늪지는 원래 하나의 호암지였는데, 도로가 생기면서 호암지와 호암늪지로 나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