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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내리막길 걷는 크라우드펀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2 16:23

수정 2021.06.02 18:35

공모주 투자열기‧암호화폐 투자광풍‧코로나19 확산에 펀딩 뚝
금융위 "이달 안에 발행한도 규제 완화 전망"
업계 "낮은 중개수수료‧높은 위험부담은 기피요인"
전문가 "중개업자 경영자문 허용해야"

내리막길 걷는 크라우드펀딩
(억원)
연도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펀딩발행금액 166 271 317 390 279 43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

[파이낸셜뉴스] 크라우드펀딩(온라인소액투자중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공모주·암호화폐 투자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펀딩수요 감소, 지원정책 지연 등 업계 안팎의 환경이 불리한 탓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떠나간 관심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crowd)의 소액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사업자금을 조달(funding)하는 제도다. 모험자본 활성화 목적으로 미국 제도를 참고해 2016년 도입됐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포털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올해 크라우드펀딩 건수는 25건으로 지난해(193건) 약 8분의 1수준이다. 진행 중인 펀딩 5건과 예정된 2건을 포함해도 32건에 그친다. 이미 올해 절반 가까이 경과한 점을 고려하면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일반투자자들이 공모주와 암호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시도가 감소했다"면서 "코로나19로 공연, 영화시장이 움츠러든 것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발행한도 규제 완화 임박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풀어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늘리려 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증권발행 한도를 연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크라우드펀딩 규제가 엄격해 기업, 투자자 입장에서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이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제처의 심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법제처 심사 후 차관회의 상정을 거쳐 국무회의로 넘어가기까지 2주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손 떼는 증권사들…"돈 안 된다"
발행한도 규제를 푼다고 해도 시장이 흥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사 등 중개업자 입장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여전히 남는 게 적은 까닭이다. IB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중기특화 증권사)의 크라우드펀딩 중개는 지난 2019년 이후 멈춰섰다. 비교적 활발하게 펀딩에 나섰던 KTB투자증권도 관련 업무를 접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를 위해서는) 중기특화증권사 신청을 하고 인가받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모집 때)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도입 초기부터 투자자 유치나 중개업자에게 사업을 유인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크라우드펀딩 기업의 인수·합병(M&A) 주선이나 경영자문 등 투자은행(IB)업무를 할 수 없어 3~5%인 중개수수료만으로는 실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건당 20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에 그친다. 발행 중개부터 사후관리 등 손이 많이 가는 업무 특성에 비해 적은 보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발행한도를 늘리는 내용만 포함돼 중개업자 입장에선 얻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선 중개업자의 사후책임 강화 명분이 부족하다.

이연임 금융투자협회 조사국제부 박사는 "금융위는 지난해 6월 '크라우드펀딩 이후 발행기업에 대한 자금 모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고 발행기업의 성장을 지속 지원할 수 있도록 중개업자의 발행기업 후속 경영자문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경영자문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개정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소규모 벤처·창업기업들의 내부사정에 가장 정통한 중개업자가 펀딩 이후 발행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 관리할 수 있는 경영자문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