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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자유의 여신상' 외교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2 18:02

수정 2021.06.02 18:02

미국 뉴욕 리버티섬의 '자유의 여신상'. 사진/뉴스1
미국 뉴욕 리버티섬의 '자유의 여신상'. 사진/뉴스1
19세기 말 이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허드슨강 입구 뉴욕 항구로 들어온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본 것은 횃불을 치켜든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이 상징물은 1886년 10월 28일 뉴욕항 입구 리버티 섬에 세워졌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93.5m에 이르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정부나 미국인, 미국 자본으로 만든 게 아니다.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의 조각가 프레데릭 오귀스트 바르톨디와 훗날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이 공동제작해 뉴욕시에 기증한 '메이드 인 프랑스'이다. 미국의 독립에 기여한 프랑스인의 자긍심이다.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미국 독립전쟁의 승리는 프랑스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프랑스군의 파병과 무기지원이 결정타였다. 100년 전쟁과 7년 전쟁에서 패배를 안긴 앙숙 영국에 대한 복수였다. 이 때문에 재정파탄을 맞은 프랑스 루이 16세는 세금을 올리다가 부르주아 계급의 저항에 직면, 결국 1789년 프랑스대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현재 자유의 여신상은 모두 4개다. '제2의 자유의 여신상'은 바르톨디가 진품을 만들기 전 시제품이다. 4분의 1 크기 축소품으로 파리 국립기술공예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제3의 자유의 여신상'은 1889년 파리 센강의 인공 섬인 시뉴섬에 같은 모양으로 세워졌다. 미국이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보답품이다. 일본 도쿄 오다이바 공원에 있는 '제4의 자유의 여신상'은 1999년에 만든 모조품이다.

프랑스 정부가 '제5의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었다. 2.83m 크기의 미니 여신상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뉴욕에 보낼 예정이다.
일간 르피가로는 "첫 번째 자유의 여신상이 설치되는 데 애쓴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양국 간 우의를 재확인하기 위해"라고 보도했다. 여신상은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프랑스대사관 관저 앞뜰에 세워질 예정이다.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135년에 걸친 '자유의 여신상 외교'가 부럽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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