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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음원 불법유통··· 방치된 악보 [줄소송 악보저작권]

[줄소송 악보저작권 3]
2000년대 음원 불법유통 심각
포털사 자체 필터링 적용 관리
영상·음원·웹툰처럼 보호 필요
[파이낸셜뉴스] “무단으로 작곡가의 곡을 악보로 만들고 편곡하고 유튜브 영상으로 올려 작곡가의 명예를 훼손했다. 재산적 피해를 줬다는 점에 대해 사죄한다. 피해당사자에 죄송하게 생각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쳤던 부분에 대해 악보와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작곡가들의 곡을 편곡하거나 만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최근 유튜브에 ‘악보저작권센터에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색소폰 연주자 김모씨가 잘 알려진 곡을 편곡해 악보를 그대로 영상화해 올려온 채널로, 저작권 침해란 문제제기가 나오자 사과하게 된 것이다.

원곡자에게 승낙받지 않고 무단으로 편곡한 저작권 침해 악보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과거 음원 무단유통과 비슷한 양상이지만 포털사이트는 음원과 달리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원곡자에게 승낙받지 않고 무단으로 편곡한 저작권 침해 악보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과거 음원 무단유통과 비슷한 양상이지만 포털사이트는 음원과 달리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fnDB.

■사라진 MP3 음원 무단유통, 악보는 왜?
2000년대 초반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는 MP3 파일 형태로 파일공유플랫폼과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음원을 무단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음원에 적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CD에서 음원으로 소비시장이 변화하는 가운데 합법적 유통을 위한 서비스체계와 인식이 따라주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음원 유통 매체인 아이튠즈와 멜론, 벅스, 바이브 등이 자리 잡고 포털이 불법유통을 엄격히 관리한 뒤에야 멈췄다. 침해상황이 심각하자 네이버와 다음은 2008년 ‘음악 저작권 필터링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블로그나 카페 등 게시글에 있는 음원파일을 감지해 제3자가 볼 수 없도록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음원 저작권 침해 문제가 해소된 지금까지도 악보 유통은 20년 전에 여전히 멈춰있다. ‘광고’와 ‘공유’로 가장한 악보들이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등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루마 악보’만 검색해도 불법 악보가 수두룩하게 쏟아진다. 본 악보인지 편곡된 악보인지 분간조차 힘들다. 원작자의 이름조차 표기하지 않은 사례도 여럿이다.

네이버 스토어에서 개당 2000~3000원 사이에 팔리고 있는 악보의 모습. 편곡자가 자체적으로 편곡해 팔리고 있다. 해당 악보에는 편곡자의 이름만 있고, 원작자의 이름은 표기되지
네이버 스토어에서 개당 2000~3000원 사이에 팔리고 있는 악보의 모습. 편곡자가 자체적으로 편곡해 팔리고 있다. 해당 악보에는 편곡자의 이름만 있고, 원작자의 이름은 표기되지 않았다. fnDB.

■유포 속도 못따르는 악보 저작권 침해
저작권자들은 포털과 협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포털이 음원처럼 악보를 철저하게 단속해 달라는 취지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많은 악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모두 판매되고 있는 개인의 저작물들”이라며 “포털 차원에서 불법 악보 유통을 제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털은 선제적으로 악보가 실린 게시글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작권법의 ‘책임제한 규정’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포털에 저작물의 복제·전송을 막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포털은 저작권자가 낸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해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 저작권자의 요구나 신고가 있을 때만 제재가 가능한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신고를 통한 조치도 가능하다”며 “저작권자들이 저작권 침해 신고와 기술적 보호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저작권 보호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침해 사실이 발견되면 이용자의 게시글을 비노출 처리하고 이용자에 대한 규제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대응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블로그·카페 전담 모니터링 직원을 배치했고, 실시간 저작물 사용내역 확인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다만 단속인력에 비해 침해가 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 문제가 되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OTT 업체와 저작권 업체 간 협의체가 구성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협의체가 창설돼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OTT 업체와 저작권 업체 간 협의체가 구성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협의체가 창설돼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영상·음원·웹툰 저작권 다 보호되는데
악보 저작권자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음악계 관계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이거나 영세한 사람들이어서 소송에 나서도 실익이 없다”며 “왜 악보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포털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영상과 음원, 웹툰 등 다른 저작물은 훨씬 적극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KOMCA가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놓고 갈등을 빚자 정부가 중재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OTT 업체와 저작권 단체가 포함된 ‘OTT 음악저작권 상생협의체’는 지난 4월 OTT 업계 간담회에서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이 협의체 구성 지원을 밝힌 뒤 두 달 만에 창설돼 활동에 돌입했다.

침해실태가 심각했던 웹툰 복제유통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일부터 문체부, 인터폴과 함께 매년 저작권 침해 불법사이트 단속에 나서기로 확약했다. 피해가 심각한 웹툰 등을 위주로 불법 사이트를 선정해 수사를 진행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집중하는 저작권 침해가 피해액이 큰 부문에 한정돼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문체부와 음저협 등은 이제야 대안을 마련할 필요에 공감한 모습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나 포털 쪽에 침해 사례들이 있다고 해서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사례를 파악하고 저작권 권리자들과 협의한 이후에야 그 다음 조치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