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人인터뷰] 배수연 시인
세번째 시집 '쥐와 굴' NFT로 발행
경매 사이트에서 490만원까지 상승
"창작자들에게 유리한 NFT 환경 됐으면"
[파이낸셜뉴스] "저는 시집을 대체불가능한토큰(NFT, Non-Fungible Tokens)으로 만들었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고 더 많은 예술 작품과 콘텐츠들이 NFT의 형태로 사람들의 생활속에 스며들 것이다. 그때는 NFT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기술적·개념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든 없든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NFT를 사용하고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번째 시집 '쥐와 굴' NFT로 발행
경매 사이트에서 490만원까지 상승
"창작자들에게 유리한 NFT 환경 됐으면"
단 하나 뿐인 '쥐와 굴' 1쇄 NFT..490만원까지
최근 자신의 세번째 시집 '쥐와 굴' 1쇄를 NFT로 발행한 배수연 시인. '한국 문학계 최초'라는 역사를 만들어낸 그는 3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유튜브가 미디어 콘텐츠 환경을 변화시킨 것처럼 NFT도 그만큼의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전망을 갖게 됐을때 한국 문학계에서 최초의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발행한 NFT에는 '쥐와 굴' 초판 1쇄에 담긴 23편의 시와 에세이를 배경으로 픽셀아트로 그린 쥐의 모습, 그리고 배 시인의 서명이 담겼다. 시집의 초판 1쇄는 낙찰자만 갖고 있음이 NFT를 통해 보증되며 종이인쇄본은 2쇄부터 발간이 된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10년째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미술계에 몸 담다 보니 시집 NFT에 도전할 생각도 하게 됐다. 배 시인은 "NFT가 지금은 사람들에게 낯선 개념이다보니 디지털 원본이라는 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저는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사람들은 평소 재화가 될 수 없던 것들이 재화가 된다는 점에서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과 욕구, 어떻게 보면 보수적인 욕구일 수 있는데, 내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 NFT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상업적 목적 아닌 문학의 가치 생각위한 퍼포먼스"
배 시인은 이번 NFT 발행이 상업적 목적 보다는 문학의 가치를 생각해보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이야기든, 어떤 콘텐츠든, 순수문학이나 순수 예술도 NFT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이 포인트"라며 "기존에 나오고 있던 테마들과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시집이 NFT로 발행되는 것이 이 시장을 넓히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금 역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1쇄'를 양보하는 것에 대해 출판사 측의 불만은 없었을까. 배 시인이 처음 시집 NFT를 제안했을 때 출판사에서는 낯설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에서 가장 우려한 것은 본문이 모두 NFT로 보여진다는 점이었다"며 "기존의 출판 형식과 다른 시도라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텐데 선뜻 응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된 시가 캡쳐돼 블로그나 SNS 등에 올라가는 것도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집을 알릴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궁금한 독자들은 결국 종이책을 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쓰는 시나 에세이, 그리는 미술작품들도 꾸준히 NFT로 발행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 시인은 "NFT로 발행은 했지만 여전히 경매 사이트를 찾아들어와서 보기 전까지는 사람들에게 거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NFT는 그 자체가 마켓이며 갤러리인만큼 보다 창작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성장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