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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들, 과속 '코인 솎아내기'에 투자자 피해 우려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6 14:54

수정 2021.06.06 14:55

9월 사업자 신고 앞두고 코인 거래지원 종료 움직임 가속
정부-은행 눈치에 코인 솎아내기 분주…100개 동시 종료키도
대형 거래소들도 이미 물밑작업 착수…코인 위험평가 분주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오는 9월 정부 신고 기한을 앞두고 속속 '코인 솎아내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거래소의 가상자산 관리 상황을 일일이 살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에 반영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거래소들이 부실 가상자산 떨어내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의 가상자산 솎아내기가 과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거래소가 100여개 가상자산을 일시에 상장폐지하기도 하면서 투자자들이 미처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쳐 투자자들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피해 예방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들, 코인 솎아내기 '과속' 우려

오는 9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을 앞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상장 종목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9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을 앞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상장 종목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준비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잇따라 상장 종목 정리에 나서고 있다. 올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공개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각 거래소가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상장 코인들의 내역과 발행처, 용도 등을 기입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또,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은행들의 가상자산 거래소 자금세탁 위험평가 지침에도 거래소 상장 가상자산들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당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 코인이 많을수록 취약점이 발견되기 쉽고 자연히 해당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정리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재 지원하고 있는 수많은 가상자산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재 지원하고 있는 수많은 가상자산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재 본격 코인 정리에 돌입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포블게이트와 프로비트, 에이프로빗 중견 거래소들이 중심이다. 이들 모두 가상자산 사업자의 필수 신고 요건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은 획득했고,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는 절차만 남아있는 상태다.

프로비트는 지난 1일 145개의 가상자산을 무더기 폐지했다. 지난달 21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투자 유의종목들을 공개했던 프로비트는 그 중 대부분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 결정을 내렸다. 투자 유의종목 지정부터 거래 종료까지 열흘만에 모든 상장 폐지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특히 상장 폐지 결정이 나온 이후부터 실제 거래 지원 종료까지 소요된 기간은 단 5일이었다.

포블게이트도 지난 한달간 20여개의 가상자산을 상장 폐지했으며, 같은 기간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도 40여개에 달한다. 에이프로빗 역시 이달초 11개 가상자산을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 거래지원 종료에 앞서 가상자산에 대한 위험성 평가에 돌입했다.

대형 거래소도 솎아내기 물밑작업

업계는 중견 거래소 중심의 상장폐지 흐름이 곧 대형 거래소에도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몇몇 대형 거래소들은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가상자산 프로젝트 측에 위험성 평가를 위한 각종 자료를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위험성과 미래전망 등을 평가해 거래를 종료할 종목들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특정 프로젝트의 소재지가 불분명하다면 이는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고 상장폐지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이미 몇년전에 거래소에 상장됐으나 거래량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해당 프로젝트가 시작 당시 밝혔던 주요 사업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경우에도 감점을 받을 수 있다.


거래소 신고 기한인 9월 전 무더기 상장폐지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한 코인이 다른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곳이 없다면 해당 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은 그대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한번에 대량으로 가상자산 종목들을 상장폐지하기 보단 순차적으로 몇번에 걸쳐 종료해야 하고, 투자자들이 자산을 정리할 수 있게 거래 종료 결정 이후에 충분한 기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거래소들이 가상자산을 정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개별 코인별로 투자자에게 근거를 제시하는 등 투자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비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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