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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이스포츠를 스포츠라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5 20:35

수정 2021.06.05 20:35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불과 네 달 전의 일이다. 당시 의원실에서는 이스포츠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도입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점 등을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관련 전문가들도 잘 섭외했고, 그분들께서 미리 보내온 발표 자료들을 보니 꽤나 알찬 토론회가 되리라는 기대가 더해졌다.

의원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면 부처 장차관에게 으레 축사를 부탁한다. 허례허식이 아니라, 토론회 주제 분야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제1차관이 문화와 예술 분야를, 제2차관이 관광과 체육 분야를 지휘하고 있다.
따라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을 담당하는 제2차관실에 축사를 부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2차관실 아래의 체육국에 속한 체육정책과에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 이스포츠는 게임이고, 문체부에서 게임 정책은 제1차관 파트이니 거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큰 실망감이 몰려왔다. 분명 문화체육관광부 체계상 스포츠토토와 같은 체육 전반에 관한 사항은 제2차관실 소관이다. 만약 이스포츠의 스포츠토토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분명 제2차관이 정부를 대표해서 법안심사 소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정부입장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도 실무부서에서 이스포츠가 전통 영역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 일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바로 옆 중국이 이스포츠를 정식 체육 종목으로 선정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새로운 담론은 거부하면서도 이스포츠 종주국이라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인력도 부족하다. 이스포츠는 제1차관 소관의 콘텐츠정책국 아래에 있는 게임콘텐츠산업과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실무 담당자가 두 명에 불과하다. 이 담당자들은 이스포츠만 전담하는 것도 아니다. 게임 과몰입 업무와 건전 게임문화 활성화 지원 업무까지 하다 보니,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다른 콘텐츠 분야의 부서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긴 하나, 이스포츠는 특히 심하다.

이대로 둬선 안된다. 수년 전부터 이스포츠 전담 기구를 설립할 것을 주장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게 어렵다면,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1,2차관 소관 가릴 것 없이 이스포츠의 콘텐츠와 스포츠 영역을 망라하여 책임질 수 있는 이스포츠 전담팀이라도 생기길 바란다. 그래야 이스포츠가 스포츠 영역에서 가지는 잠재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이스포츠를 육성,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이 여럿 발의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장려되어야 한다.
정부도 이스포츠와 스포츠의 접목을 손사레만 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임하길 바란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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