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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튼튼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 구축할 때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6 18:00

수정 2021.06.06 18:02

[차관칼럼] 튼튼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 구축할 때
작년 6월,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바뀌었다. 창립 20년이 안된 테슬라가 주인공이다. 작년 말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상위 9개 자동차사 합계를 넘어 100년 역사를 가진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전환 속에 전기차로 전환이 대세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테슬라가 작년 9월 개최하고 세계가 주목한 행사가 있었다. 바로 배터리데이다.
왜 자동차회사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준비했을까. 배터리는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며, 원가는 전기차 가격의 3분의 1에 달하고, 주행거리 등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뿐만 아니다. 전화기, 청소기, 노트북 PC 등에서 배터리는 필수다. 앞으로 각종 로봇, 모바일 기기는 물론 선박, 기차, 항공기 등 거의 모든 제품에 배터리가 쓰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배터리 시장규모는 2020년 461억달러에서 2030년 35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고, 그중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10배 이상 확대되면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선전은 돋보인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2020년 시장점유율은 2019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며 세계 2위로 올라섰고,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53%에 이른다. 또한 유럽, 미국 등에서 선제적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전기차 대형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다. 2011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형전지 이전부터 쌓아온 기술과 도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그간 배터리 시장은 사실상 한·중·일 3국 경쟁이었지만 시장환경이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들이 진입을 노리고 있고, 자동차 기업들이 직접 배터리 제조에 뛰어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각국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높은 제조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제조에 필요한 소재, 부품은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원재료인 광물은 해외의존도가 높고,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부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다. 소부장 기반 강화, 공급망 안정성 확보, 새로운 기술개발과 자원순환을 비롯한 글로벌 요구에 대응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배터리를 포함한 전략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우리 배터리 기업의 역량이 필요한 미국의 수요와 미국 시장의 교두보 확보와 협력관계 확대를 위한 우리의 필요가 어우러진 결과로 생각된다. 향후 대미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우리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배터리 산업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팬데믹과 기술블록화 흐름 속에 공급망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배터리 산업 전반의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배터리 산업이 더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배터리 전후방산업 참여자들이 다 함께 힘을 모으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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