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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곡물가격.. 정부 '식량 곳간' 바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6 18:26

수정 2021.06.07 11:09

'제2의 쌀' 밀 비축 1년새 92% ↓
곡물 70%이상 수입 의존하는데
해외 변수에 대응할 안전판 부족
"선물시장 진출 등 대책 마련해야"
치솟는 국제곡물가격.. 정부 '식량 곳간' 바닥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영향으로 우리나라 식량안보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식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세계 식량 가격이 1년 동안 훌쩍 뛰었다. 대표적으로 우리 국민이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밀 비축량이 1년 사이 92% 가까이 급감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밀 수입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우리 정부의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식량 비축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정부의 역량도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정부의 밀 비축량은 853t이다.
직전 연도 밀 비축량인 1만201t 대비 91.6% 급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장마와 태풍 등으로 밀 작황이 좋지 않아 비축량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밀은 우리 국민의 '제2의 주식'으로 자리잡은 곡물이다.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3.0㎏으로 쌀(59.2㎏) 다음으로 많다. 연간 밀 소비량은 212만8000t으로 현재 비축량은 국민 하루 소비량(5720t)의 7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내 밀 소비량은 매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밀 자급률은 0.7%다. 콩(26.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은 99%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밀 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선물시장에서 t당 179달러에 거래되던 밀은 올해 4월 현재 230달러로 28.5% 상승했다. 여기에 물류비용도 크게 치솟아 2020년 1월 7일 791이던 화물운임(BDI)이 6월 1일 현재 2530까지 219.8% 폭등한 상황이다.

문제는 외부 불확실성에 맞설 근본적 식량안보책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이 소비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은 수입산이다. 특히 식량 중 곡물은 70% 이상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980년 69.6%에 달했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09년 56.2%를 기록했지만 2019년 45.8%로 최근 10년 사이 오히려 10.4%포인트 하락했다.
곡물자급률은 더욱 심각해 2019년 기준 29.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동시에 일본, 중국 등 곡물 순수입국처럼 식량안보를 위한 이중 삼중의 근본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성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상기후나 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전염병 유행 등 국제 곡물시장 변동성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비축 강화와 해외 농업 진출은 물론 선도거래 확대, 선물 시장 진출 등 다양한 대응수단을 가능한 한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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