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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죽은 딸 대신 손자 키우는 외조부, 사위에 양육비 청구 가능"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7 13:55

수정 2021.06.07 13:55

대법 "죽은 딸 대신 손자 키우는 외조부, 사위에 양육비 청구 가능"


[파이낸셜뉴스] 딸이 사망한 뒤 손자를 키우고 있는 외조부도 사위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정법원이 부모의 친권 중 일부를 제한하고 후견인을 지정해 미성년자에 대한 양육권을 행사하도록 결정한 경우 후견인은 양육을 하지 않는 부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외손자의 미성년 후견인인 A씨가 사위이자 외손자의 친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A씨의 양육비 청구인 자격을 인정하고 B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의 딸은 2006년 2월 B씨와 혼인했고, 그해 8월 아이를 낳았다. 2012년 12월 A씨의 딸은 B씨와 별거한 뒤 혼자 아이를 키웠고 2014년 9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6년 5월 사망하면서 소송은 종료됐다.

딸이 사망할 무렵부터 외손자를 키우기 시작한 A씨는 이후 소송을 통해 미성년 후견인으로 선임됐고, B씨의 양육권도 제한됐다.


B씨는 이혼소송 중 사전 처분에 따라 A씨 딸에게 양육비로 매월 70만원을 지급했지만, A씨가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 뒤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A씨에게 청구인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반면 2심은 민법 837조를 유추 적용해 미성년 후견인인 A씨가 B씨를 상대로 양육비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B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민법 837조는 부모가 이혼 등으로 그들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양육자와 양육비용 부담, 면접교섭권 행사여부 등 양육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조항이다.

대법원도 "미성년 자녀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양육비의 적시 확보가 중요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미성년 후견인의 양육비 청구를 긍정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며 B씨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보다 부합하고 분쟁의 실효적·종국적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최초의 판시"라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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