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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국산화 성과… 이젠 탄소중립·바이러스 연구 역점 둘 것" [인터뷰]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7 17:46

수정 2021.06.07 20:33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
"지난해 불소 소재 국산화 기술개발 성공
소부장 기업 경쟁력 강화 기여
친환경 분야 공동연구는 물론
백신 후보물질 등 기술이전 활발
화학연구 선도 기관 역할 충실"
"소재 국산화 성과… 이젠 탄소중립·바이러스 연구 역점 둘 것" [인터뷰]
"지난 1년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에 가시적 성과를 얻었다면 앞으로는 탄소중립 실현,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에 역점을 두겠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사진)은 7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2000년 일본 수출규제 대응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시작해 단기적으로 불소 계열 소재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면서 "소재 국산화만큼 중요한 분야가 탄소중립과 바이러스 연구 분야다. 향후 중점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의 국산화는 당면과제였다. 화학연도 정부의 소부장 경쟁력 강화 정책의 연구 주체로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본 수출규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중인 '국가연구 인프라(3N)'이 대표적이다. 국가 주요 연구 인프라 결집 및 소부장 분야 자립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3N은 연구실, 연구시설, 연구협의체를 의미한다.
모두 화학연이 주도하고 있다. 앞서 화학연의 국가연구실(N-LAB) 3개소, 국가연구시설 (N-Facility) 1개소, 국가연구협의체 (N-TEAM) 1개소가 3N으로 지정됐다.

특히 '불소화학소재공정 국가연구실'의 30년 이상 축적된 불소 화합물 연구역량은 수소차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과불화술폰산 이오노머(PFSA)의 국산화에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관련 기술은 켐트로스에 이전돼 막바지 국산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원장은 "불소 계통 소재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면서 "이 외에 일본이 차후에 제재에 들어갈 100대 품목에 포함된 2차전지 양극재용 바인더와 불소고무 등에 대한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연은 전세계적인 탄소중립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CCU) 기술, 썩는 플라스틱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원장은 "탄소중립은 화학연이 2018년부터 10년 플랜을 세우고 연구한 분야"라면서 "특히 친환경 화학공정본부는 플라스틱 재활용 등을 연구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자체 연구 개발 외에 산업계와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CCU 기술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자원화 기술,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부흥산업사 등과는 이산화탄소 활용 연구, 사업화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원장이 탄소중립 실현과 함께 중점 연구 분야로 꼽는 것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다. 현재 화학연은 신종 바이러스의 진단, 백신, 치료, 확산 방지 등 종합적으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이 있다. 연구단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은 물론 치료제, 진단키트까지 개발 중이다.

특히 백신 분야에서는 '고효능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이노엔에 기술이전했다. 올해 임상에 진입, 평가를 완료 후 오는 2022년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이노엔에 기술이전한 백신 후보물질의 중화항체능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의한 중화항체 생성능력보다 3~5배 높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바이러스 관련 후보물질 개발은 물론 향후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연의 연구원들이 사회적 가치에 연결된 연구를 했으면 한다고 강조한 이 원장은 연구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연구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 연구인력은 1만6000여명이다.
독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인력 10만명과 비교하면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화학연을 비롯해 출연연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확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 및 관련 융·복합 분야 기술 개발과 화학기술의 산업체 이전, 화학 전문인력 양성 및 다양한 화학 인프라 지원 서비스를 통해 국가 화학산업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맡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또한 강소기업 육성과 기술사업화 촉진을 통한 화학산업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 이미혜 원장 약력
△서울대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석사·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장 △한국화학연구원 화학플랫폼연구본부 본부장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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