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보다 흥행 좇던 文정부
P4G '능라도 영상' 사고 내
외화내빈 정치론 미래 없어
P4G '능라도 영상' 사고 내
외화내빈 정치론 미래 없어
'뉴스 쇼'란 말을 보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온갖 이벤트와 사건·사고들마저 흥미 본위로 시민들에게 전달된다는 함의다.
정치판인들 예외일까. 온갖 시사 토크쇼에서 뜬 인사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전·현직 의원들은 여기에 얼굴을 내밀지 못해 안달인 분위기다. 진행 중인 국민의힘 대표 후보 TV토론 시청률이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경선 때보다 높은 이유가 뭘까. 이준석 후보가 세대교체의 공을 쏘아 올려 재미를 보태 흥행이 된 까닭이다.
문재인정부의 국정마저 예능 프로그램처럼 치러지는 인상을 주고 있다. 며칠 전 끝난 국제행사인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가 그 사례다. 개막식 영상에서 서울이 나와야 할 자리에 평양 능라도 위성사진이 등장하면서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로 중계되는 가운데 벌어진 황당한 사고였다.
그러니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온통 '능라도 영상'에 집중됐다. "P4G의 P가 평양이었느냐" 등 뒷말과 함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향상과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결속 등 기후대응 어젠다를 담은 서울선언문을 뒷전으로 밀어내면서다. 엄청난 국고를 들인 다자 정상회의가 방송사고를 낸 예능 프로가 된 꼴이다.
문 정부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이벤트성 행사가 잦다는 점이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나 '그린뉴딜'이니 하는 각종 경제비전 선포식이 다 그랬다. 그때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연출한 현란한 영상과 레이저쇼는 약방의 감초인 양 곁들여졌다. 행사의 주목도를 높이려는 취지를 탓할 순 없다. 다만 겉포장에 치중하느라 "업적 없는 정부"(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문제다.
사실 현 정부 들어 크고 작은 '의전 무리수'가 잇따랐다. 최근 국산전투기 출고식 때 도색까지 한 KF-21(보라매) 1호기가 문 대통령 참석 후 분해작업에 들어가면서 구설을 탔다. 지난 연말 청와대가 주도한 경기 화성시 동탄 임대주택 행사도 마찬가지다. 한 시간여 문 대통령 방문을 위해 전세보증금의 몇 배나 되는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쇼룸'을 만들었지만, 행사 후 주민들의 불신만 더 커지면서다.
인기가 최우선 잣대인 예능계에선 눈앞의 대중의 기호와 시류에 영합하기 십상이다. 스타로 뜨려면 실력 이전에 화려한 겉모습과 말발로 어필해야 한다. 물론 일상에 지친 소시민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선사하는 건 이 업계의 순기능이긴 하다.
그러나 사회의 공동선을 좇아야 할 정치마저 외화내빈으로 흘러선 곤란하다. 국정은 겉은 번지르르하나 내용 없는 부실 예능과는 달라야 한다. 다음 대선을 9개월여 남겨둔 시점이다. 대선 무대가 그저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유권자를 홀리는 예능 경연장이 돼선 안 된다. 민주를 넘어 유능한 공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때로는 국민에게 "피와 땀과 눈물"도 요청하는 '위선 제로' 후보가 나오길 소망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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