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韓 "일본과 강제징용 협의 계속" 日 "한국의 구체적 해결책 주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7 18:23

수정 2021.06.07 20:16

日기업 상대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한-일관계 변화 계기될지 주목
강제징용 피해자 고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이 각하된 데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화상
강제징용 피해자 고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이 각하된 데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김나경 기자】 한·일 양국이 징용 피해자 소송 각하 결정을 계기로 외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일단, 추가적인 악재는 막았다"고 입을 모았다. 낙관하기는 어려우나, 이번 주 후반에 열리는 주요7개국(G7)정상회의 때 한·미·일 정상간 회동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 외교부는 7일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판결이 나온 데 대해 "한·일 양국 관계를 고려해 일본과 해결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기적으로 이번주 후반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미국 주도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해 외교적 제스처를 취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입장으로 일본 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양국이 관계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이 확정된 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 이춘식 할아버지(94)눈물을 흘리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2년 8개월 만에 정반대되는 판결이 나왔다. 뉴스1
지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이 확정된 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 이춘식 할아버지(94)눈물을 흘리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2년 8개월 만에 정반대되는 판결이 나왔다. 뉴스1

일본 정부는 한국 측 대응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이 책임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징용 배상 문제, 위안부 배상 판결과 관련 구체적 해결책을 일본에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각하에 이어 이번에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배소 역시 각하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추가적인 악재는 제거됐다고 분석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이번 각하 결정은 그간 사법부 판결에 묶여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계 개선을 향한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임은 분명하다"면서 "한국 측이 구체적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이번 G7정상회의 기간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이번 판결에 대해 "양국 간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 악재를 막았을 뿐, 관계 개선에 큰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한·일 관계를 푸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 입장에서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 뿐이지 기존 배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법부 판단이 일관되지 않은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위안부 피해자 소송,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일관되지 않아 외교 당국이 과거사 문제 전략을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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