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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기초연구, 미래를 준비하는 확실한 방법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9 18:01

수정 2021.06.09 18:01

[차관칼럼] 기초연구, 미래를 준비하는 확실한 방법
미국과학진흥협회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황금알을 낳는 거위상(골든 구스상)'을 발표한다. 쓸모없고 허황되게 보이는 연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연구를 기리는 상으로, 당시 미국 의회에서 기초연구 예산이 삭감되자 "기초과학연구에 당장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미국의 짐 쿠퍼 하원의원과 미국과학진흥협회가 만든 상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의 기초에 있는 연구자들이 수상했다.

한정된 정부 예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당장 어디에 쓰일지도 모를 과학 난제를 증명하거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초연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이에 기초연구 지원에는 국회와 정부의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듯 정부는 출범 당시 연구자가 주제·연구기간·연구비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올해는 2조3500억원을 지원한다.
1999년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후 2012년에 1조원, 2020년에 2조원으로 지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인 이념을 넘어서서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연구 지원에 대해서 모두 한목소리로 중요성을 주장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정부 4년 동안 이공계 대학 전임교원의 기초연구 수혜율이 2016년 21.9%에서 2020년에는 36.3%까지 향상돼 원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국가 전체 석박사 신규 인원 중 27.2%가 기초연구사업을 통해 배출돼 우수 인력이 각계로 퍼져나가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초연구도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우수 인재라는 생각으로, 젊은 과학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 새롭게 시작한 세종과학펠로우십은 박사후연구원 311명을 선정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현재 생애주기에 따른 지원체계에 학문분야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학문분야별로 연구 수행 인력을 분석하고 미래 연구 방향을 설정하며 소외된 분야나 세대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수학분야를 시범으로 올해는 6개 분야로, 내년에는 전 분야로 확대된다.

기초연구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한 김빛내리 IBS 단장의 연구는 진단키트의 정확도 향상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현택환 IBS 단장의 나노입자 합성법은 QLED TV 개발에 토대가 됐다. 이 외에도 네이버 초기 검색엔진 기반 시스템 개발, 세계 반도체 업계 표준 기술로 글로벌 대기업의 스마트폰·컴퓨터 칩에 사용되고 있는 벌크 핀펫 기술, 세계 화학산업 전체 고체 촉매 물질의 40%를 차지하는 제올라이트 개발도 모두 정부의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이뤄진 성과다.

지금의 연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 아닐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DNA 구조의 발견, 인터넷 기반인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발, 상대성이론의 발견 등 역사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변화의 바탕에는 항상 기초연구가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기초로 돌아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연구 기회를 확대하고 연구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기초연구에 탄탄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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