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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13조, 농협 3조… 은행별 ELT 한도 제각각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9 18:26

수정 2021.06.09 18:26

DLF 사태 이후 총량 제한
은행별 최대 4배 넘게 차이
"1년전 잔액 기준으로만 평가
34조원 판매한도 더 늘려야"
국민銀 13조, 농협 3조… 은행별 ELT 한도 제각각
"올해는 아직 한도가 남았지만 지난해에는 수 개월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정해 준 주가연계신탁(ELT) 한도로 신탁영업의 연간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A은행 관계자)

"국민은행의 경우는 다른 은행의 비해 판매한도(13조원)가 2배 이상 많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 은행들이 팔 수 있는 전체 한도 늘리거나 은행별 한도를 조정해 줘야 한다."(B은행 관계자)
금융당국이 정한 ELT 판매 총량 규제에 대해 은행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판매 총량 규제에 대한 기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한 번 정해준 한도로 기약 없이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은행이 인수해 특정금전신탁 계좌에 편입시켜 판매하는 상품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 중 KB국민은행이 13조원 가량으로 판매 총량 한도가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하나은행이 6조원 초반, 신한은행이 5조원 후반의 총량 한도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4조원, 농협은행은 3조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2019년 하반기 해외연계금리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 신탁에서 판매했던 ELT에 대해 판매 한도를 은행별로 정해줬다. 기준은 2019년 11월 말 은행별 ELT 잔액으로 묶었다. 은행권의 판매 총량은 최종적으로 34조원 이내로 결정됐다. 은행별로는 당시 ELT 판매가 많았던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한도를 갖게 됐다.

금융당국의 ELT한도를 정하자 은행에서 판매되는 ELT 규모다 크게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1월 은행에서 판매되는 ELT 규모는 44조 1638억원이었다. 이 규모는 지난 2019년 11월 규제 발표 이후에도 지속됐다. 그 후 지난해 3월 38조원대로 내려앉았으며 11월에는 30조원까지 빠졌다. 올해는 월 24조원 가량 신탁규모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는 판매한도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하반기 시장 변화에 따른 수요 증가도 예상하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5~6개월 가량 한도에 묶여 ELT 영업을 중단했었다"며 "올해 역시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시간이 1년 가량 지났기 때문에 총량 규제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같은 방식으로 하면 특정 은행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것.

B은행 관계자는 "ELT는 은행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인데 이를 2019년 11월 잔액 기준으로만 정해 일부 은행에게만 큰 한도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금융 당국이 판매 총량을 전향적으로 풀 수 없다면 전체적인 판매 한도를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C은행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나 자본시장 성장 추이 등을 기준으로 삼아 현재 34조원으로 묶은 ELT 한도를 전체적으로 늘려주는 방안도 있다"며 "지금처럼 한 번 정해진 한도를 기약없이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난만큼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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