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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는 美中, 중국견제 동맹강화VS반외국제재법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0 17:18

수정 2021.06.10 17:18

-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대중국 포위망 강화' 목적 첫 해외 순방
- 반외국제재법 통과시킨 中, 자국 기업 제재하면 보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인 유럽 방문을 위해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인 유럽 방문을 위해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견제 강화 성격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중국 기업 제재에 보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반외국제재법’을 통과시키며 맞불을 놨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무역 분야 고위급 통화로 화해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갈등은 점차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대중국 포위망 강화’ 美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8일간의 일정으로 영국, 벨기에, 스위스를 잇따라 방문한다.


영국에선 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벨기에로 이동한 뒤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미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여한다. 또 스위스 제네바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양자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출발 전 방문 목적에 대해 “동맹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푸틴과 중국에 유럽과 미국의 유대가 강하고 G7이 움직일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 강화는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대외 정책의 1순위에 올려놓고 동맹 등 다자 접근을 통한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G7 정상회담에선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EU와 정상회담 땐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추가 조사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의 인권 침해, 대만, 인도·태평양에서 항행의 자유 등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문제도 논의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순방 기간 모든 회담에서 중국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우크라이나, 사이버 공격 등을 문제 삼아 강공책을 펼치며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유럽 정상들과 만나도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시절 악화된 관계를 완전히 복원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문제를 놓고도 양측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은 지지하지만 EU는 반대 입장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EU가 얼마나 호응할지도 관건이다. EU는 홍콩, 신장 등 문제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을 비판하고 있으나,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외국제재법’으로 반격 中
반면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자국 기업 제재에 보복하기 위한 ‘반외국제재법’을 통과시키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같은 날 제29차 전체회의를 열고 반외국제재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중국 기업과 국민에게 가해지는 외국의 부당한 조치를 중국 법으로 막고 이로 인해 실제 권익이 침해당했을 경우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법이 달라 발생한 피해는 중국 정부가 지원할 수 있으며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은 ‘외국의 부당한 조치’라고 표현할 뿐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동맹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은 이와 별도로 상무장관끼리 통화하며 향후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양국 상무 장관이 통화한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은 이날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통화를 갖고 상무 분야와 관련된 문제 및 서로의 관심사항에 대해 실속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앞서 중국 경제 사령탑 류허 부총리는 이달 2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전화통화를 했다.
류허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통화했다.

관영 매체는 미중 경제·무역분야 고위급의 교류를 놓고 지난해 초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중단된 무역협상 재개 등 양국관계 개선에 긍정적 신호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보다 유연한 대중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지켜보고 있었으나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자 ‘반외국제재법’ 제정에 박차를 가했다”고 풀이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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