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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가로수가 8명 살렸다…매몰 버스 앞 좌석 완충역할

뉴스1

입력 2021.06.10 14:58

수정 2021.06.10 14:58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아름드리 가로수 한그루가 생사를 갈랐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현장에서 철거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건물앞 승강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부상자는 버스 앞좌석에 탔던 승객들이었던 반면, 뒷좌석 승객들은 모두 운명을 달리했다.

도로변에 심어진 아름드리 가로수 한그루가 이들 8명의 생명을 살리는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1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버스는 평소대로 해당 건물 앞에 설치된 승강장으로 서서히 진입했고, 승강장에 5초 정도 정차한 뒤 출발하려는 순간 건물이 무너졌다.

피해를 입은 버스는 동구 무등산국립공원(증심사)과 북구 전남공무원교육원을 오가는 운림54번 시내버스로 종점인 증심사를 5정거장 남겨둔 상황이었다.

무너진 건물더미는 그대로 버스를 덮쳤고 마치 폭탄이 터진 듯한 짙은 흙먼지가 인근으로 확산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공사현장을 둘러싼 비계도 충격으로 함께 무너지면서 버스를 덮쳤다.

중앙선 건너편까지 건물잔해가 쏟아졌고, 맞은편 버스정류장의 유리가 깨질 정도로 충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같은 큰 충격에도 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데는 승강장 옆에 서있던 가로수 한그루가 큰 역할을 했다.

어른 한사람이 두 팔을 벌려 껴안기 힘들 정도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한그루가 도로 쪽으로 쓰러지는 건물더미를 막아서는 완충역할을 했다.

버스 앞부분을 덮친 콘크리트 더미를 가로수가 한번 막아서면서 버스로 전달되는 충격을 완화해줬고, 버스 앞좌석 승객들이 사망에 이르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전날 오후 사고 희생자 수색과정에서 건물더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버스의 천장 부분에는 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준 가로수 줄기 등이 그대로 남아 사고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버스를 운전했던 운전기사와 앞좌석 승객 등도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소중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이날 사고현장을 찾은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소방당국은 "사고 당시 아름드리 가로수가 완충작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승객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무너져내린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잔해가 버스 천장을 덮쳤고 천장이 주저앉으면서 무방비 상태의 뒷좌석 승객들은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세 많은 60대, 70대의 버스 이용객이 많아 희생이 컸다.


버스를 뒤따르던 3대의 승용차는 사고 순간 급정거하면서 가까스로 화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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