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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자체 건너뛴 주택정책, 더이상 안 통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0 18:22

수정 2021.06.10 18:22

주민 반발이 중대변수
부동산 분권 검토하길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전경.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이 지자체 벽에 부닥쳤다. 지난해 8·4 공급 대책에서 무리수를 둔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은 8일 직무가 정지됐다. 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민소환투표를 정식 공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4일 정부과천청사에 주택 4000호를 지으려던 계획을 접었다. 대신 과천시는 다른 곳에 4300호를 짓는다는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주민들은 단호하다. 김 시장이 8·4 주택공급 대책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표는 30일 실시된다.

시계추를 10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작년 8월 4일 정부는 수도권에 13만채+α 공급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알짜 부지가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정부과천청사도 그중 하나다. 정부는 이곳에 주택 4000호를 짓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선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1만호, 미군이 반환한 용산 캠프킴 부지에 3100호, 마포구 상암 DMC 미매각 부지에 2000호,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3500호 등이다.

이때 정부가 오판한 게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아끼는 노른자위 땅에 함부로 손을 댔다. 국유지, 군부지, 시유지라는 이유로 덜컥 집을 짓겠다고 하자 반발이 터져나왔다. 더구나 태릉골프장은 그린벨트로 묶인 땅이다. 노원구 주민들은 "우리는 시멘트가 아니라 녹지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여차하면 과천처럼 구청장을 상대로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할 태세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시장이 공석일 때 8·4 대책을 밀어붙였다. 이 또한 지금 동티가 나고 있다.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시장(국민의힘)은 9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을 만나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야당 소속 서울시장 탄생이 부른 새로운 모습이다. 그간 오 시장은 중앙정부에 집중된 부동산 정책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주택 공시가격 결정권을 넘겨달라는 게 대표적이다.

사실 부동산 분권 요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 지사의 싱크탱크로 통하는 경기연구원은 최근 "중앙 주도의 주택정책이 수도권 비대화와 난개발을 초래했다"며 "주택정책에 대한 중앙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중앙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안은 해당 지자체가 세워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천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지자체 눈치 안 보고 부동산 정책을 쥐락펴락하던 시절은 끝났다.
정부와 민주당이 부동산 분권을 능동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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