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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연습하고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대사 중얼거려" [Weekend 문화]

뮤지컬 '비틀쥬스' 주연 유준상
"27살부터 20년 넘게 무대 서왔는데
이 작품은 매번 벽에 부딪히는 느낌"
'유령수업'으로 개봉한 팀버튼 원작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연습하고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대사 중얼거려" [Weekend 문화]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연습하고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대사 중얼거려" [Weekend 문화]
배우 유준상이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비틀쥬스'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아래 사진은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의 모습. CJ ENM 제공
"연습할 때 처음으로 하늘이 노랗다는 게 무엇인지 알았어요. 하지만 이젠 관객들에게 '저 세상 텐션'을 느낄 수 있게 할 정도로 준비가 된 것 같아요."

배우 생활 27년. 드라마와 영화, 공연무대를 오가며 늘 도전하는 배우 유준상(52)이 "60살이 될 때까지 계속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팀 버튼 감독이 1988년 제작한 판타지 영화 '비틀쥬스'(국내 개봉 당시 제목은 유령수업)가 뮤지컬로 변신해 올여름 한국 관객과 만난다.

'비틀쥬스'는 2년 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현재 전세계 공연예술의 첨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에 놀라운 기술력이 더해져 무대가 살아움직이고, 자이언트 퍼펫이 등장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을 선사한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선 처음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비틀쥬스'는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해 8월 7일까지 계속된다.

이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유준상이 공연 개막 10여일을 앞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났다. "처음 대본을 받아본 순간 제가 아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계속해보니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제가 20년 넘게 무대에 서왔는데 이 작품처럼 큰 벽에 부딪혀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매번 벽에 부딪히는 것 같은데 '이게 이렇게 어렵나, 지금껏 해오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왜 힘들지'하고 느꼈다"고 힘들었던 연습과정을 회상했다.

하지만 유준상은 "또 다시 벽을 마주하니 다시 신인의 자세와 마음을 가지고 공연에 임할 수 있게 됐다"며 "정말 치열하게 연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 나이 27살 때 처음으로 뮤지컬 '그리스'에서 주인공 '대니' 역을 맡아 새벽까지 연습했던 순간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초반 3주 동안에는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대사를 중얼거릴 정도로 압박도 있고 스스로에게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그 시간 동안 캐릭터를 치열하게 분석하고 계속 반복해서 훈련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앞의 장벽이 하나씩 거둬지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지점들이 생겼다."

공연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비틀쥬스'는 죽은 자이지만 가장 '살아있는' 존재감 넘치는 저 세상의 유령이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계에서 떠돌아다닌지 어언 98억년. 외로움의 나날을 보내던 괴짜 유령 비틀쥬스가 자신을 알아보는 한 10대 소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유준상은 "원작의 내용을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 이 작품이 어찌보면 망자와 유령의 세계를 통해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며 "머릿속에 다음 영화의 주제로 '죽음'을 생각하며 고민했었는데 대본 속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 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얻었고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매일 새벽 산에 오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연습실에서 후배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며 연습에 몰두하는 부지런한 배우로 유명하다. 유준상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가모탁' 역을 연기할 땐 캐릭터 때문에라도 일부러 음식 조절을 하며 몸을 만들었는데 '비틀쥬스'를 연습하는 동안에는 먹을 것을 다 먹고 연습해도 그때보다 더 살이 빠지고 있다"며 "특히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하니 처음엔 춤추며 노래 몇 분만 해도 '욱'하고 올라올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마스크가 다리에 차는 모래 주머니와 같구나' 깨닫게 되면서 '이걸 떼고 나면 나중에 훨씬 더 노래를 잘 할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훈련의 시간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촉박한 연습 기간을 더욱 충실히 보내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매일 새벽 산에 가서 마음을 다스리면서 꾸준히 훈련을 하다보니 이제는 무대 위에서 신나고 가볍게 춤과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했다.

"'비틀쥬스'는 이 시대 뮤지컬 장르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작품으로 배우와 무대장치가 한 몸이 되어야 하는 공연이라 타이밍을 잘 맞춰내는 것이 관건이다.
캐릭터가 소화하는 음악의 템포, 대사도 거의 랩 수준으로 두 세배 빨라서 소화하는 게 쉽지 않지만 98억년 동안 그 누구와도 얘기할 수 없었던 주인공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그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준상은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돼 있던 '비틀쥬스'라는 주인공의 모습이 지금 바이러스를 피해 각자 고립돼 있는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1년새 세상이 급변했지만 그간의 마음 속 응어리를 공감하며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소망한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