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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지구촌 위협하는 사이버정보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3 20:15

수정 2021.06.13 20:15

[강남시선] 지구촌 위협하는 사이버정보전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왔던 정보전쟁이 지구촌에서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과 먹거리 유통까지 중단시키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국제 해커조직이 북미 최대 송유관 업체와 세계 최대 육류 유통업체의 전산정보망 가동을 중지시키고, 몸값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대담한 행각을 벌였다. 또 BTS(방탄소년단)와 협업으로 최근 대박 행진 중인 맥도날드는 미국, 한국, 대만에서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일부 개인정보들이 절도 당했다.

심지어 CNN, BBC, 르몽드, 블룸버그 등 전 세계 굴지 언론사들의 홈페이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다운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앞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최근 한달 새 벌어진 일들이다.


다행히도 사이버범죄에 대한 수사당국의 방어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해커들에게 몸값으로 지급된 비트코인을 강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사이버 공격 후 지급된 비트코인을 수사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되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익명성과 보안성이 최대 장점으로 꼽혔었다.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FBI가 범인 지갑의 비밀번호를 푸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도 더 이상 해커와 마약거래상들의 암거래 '언터처블'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

보이지 않는 정보전쟁은 자칫 국가 간의 전면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국 화웨이가 백도어를 통해 미국 등의 정보를 빼내간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미국이 대대적으로 중국기업들에 대한 봉쇄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도 미국기업에 대한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애플과 테슬라가 중국시장에서 정보를 빼내 갈 수도 있다고 태클을 건 것이다. 애플과 테슬라는 불매운동 우려 속에서 중국에서 습득한 정보를 모두 중국에 두기로 하면서 바짝 엎드렸다. 중국에 꼬투리 잡힐 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정보를 조금이라도 빼내는 것으로 낙인 찍히면 그 국가에서 사업 철수 걱정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 계열 무료통신 앱 '라인'도 한국서버에서 보관하던 일본 데이터를 논란 속에 일본으로 옮긴 바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치적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위협 당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법무부가 민주당 인사들의 통신정보를 애플에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은 지난 2016년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 때 총격범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해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거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야권 인사에 대한 통신정보 요구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도 2017년 하원 직원의 개인 e메일 계정과 관련한 소환장을 한 차례 받은 적 있다고 시인했다.

이미 도래한 양자컴퓨팅 시대에는 기술 발전으로 그동안 슈퍼컴퓨터로도 3년 걸리는 연산을 수초 만에 풀 수 있다. 정보기술 발달로 신약, 신소재 개발 등 융합학문의 발전도 광속도로 빨라졌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기술 발전 속에서 정보탈취 및 해킹 수법도 초고속으로 진화되고 있다. 해커들이 전 세계 원전과 핵미사일 등의 인프라를 인질로 붙잡고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고도화된 글로벌 정보전쟁에서 꼼꼼한 문단속은 이젠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가 되고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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