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떠나는 간호사... 한해 40% 퇴사 병원도 [구멍 뚫린 K의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5 15:54

수정 2021.06.15 15:54

[구멍 뚫린 K의료, 이대로 괜찮나 5]
간호사 퇴사 잇따라, 40% 병원도
인력부족·업무가중·처우열악 등
비정규직 비율도 갈수록 높아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 한 해 동안 일선 의료기관 간호사 이직률이 극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가리지 않고 많게는 40%가 훌쩍 넘는 간호사가 이직한 병원도 있었다.

의료기관 내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했다. 직원 500명 이상 의료기관 가운데 비정규직 직원 비율이 40%를 넘는 병원이 3곳이나 발견됐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의료기관 내 노동환경이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노동자의 잦은 이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온다.

지난해 간호사 이직률 20%가 넘는 병원이 10곳 중 2곳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fnDB.
지난해 간호사 이직률 20%가 넘는 병원이 10곳 중 2곳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fnDB.

■지난해 간호사 이직률 최대 45%
1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전국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47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도 간호사 이직률이 20%를 넘긴 병원이 13곳이다. 12%가 넘는 병원에서 간호사 10명 중 2명이 이직한 것이다.

병원특성별로 보면 민간중소병원의 이직률이 가장 높았다. 간호사 175명이 근무하는 서울 한 병원은 한 해 퇴사자가 75명에 이를 만큼 많은 이직이 이뤄졌다. 249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는 인천 한 병원에서도 86명의 간호사가 퇴직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각 42.8%와 34.5%에 이른다.

공공의료원이라고 사정이 낫지 않다. 전북지역 한 군립병원은 간호사 11명 중 5명이 그만뒀고, 한 시립병원에서도 139명의 간호사 중 36명이 퇴직했다. 수도권과 호남권, 중부권 지방의료원 가운데서도 퇴사율 20%에 이르는 곳이 상당수 발견됐다.

인천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한 사립대 병원에선 1500명에 이르는 간호사 중 425명이 일을 그만뒀다. 퇴사율이 무려 28.3%에 이른다.

사실상 간호사의 상시적 이직이 이뤄지는 의료기관이 상당수인 상황이다.

문제는 간호사 수 부족 및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지목된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환자수가 OECD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은데, 인구 1000명당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39만5000여명 중 면허를 살려 활동하는 인력이 19만3900여명으로 49.1%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현장을 떠나길 선택한 간호사가 얼마나 많은지를 입증한다.

간호사 이직률 상위 의료기관
(명, %)
구분 전체 간호사수 퇴사자수 퇴사율
전북 군립병원 11 5 45.45
서울 민간병원 175 75 42.85
경기 민간병원 86 30 34.88
인천 민간병원 249 86 34.53
인천 사립대병원 1500 425 28.33
(보건의료노조)

■의료기관 비정규직 비율도 심각
열악한 건 간호사만이 아니다. 의료기관이 수익극대화에 열을 올리는 동안 보건의료노동자의 근무형태는 불안해졌다. 조사에 따르면 병원 내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25%를 넘긴 의료기관은 14곳이다. 40%를 넘긴 곳도 3곳이나 된다. 충북 지역 사립대병원, 부산과 서울의 공공병원이 40%를 넘겼다.

정부의 공공병원 정규직 전환 방침도 유명무실했다. 비정규직 비율 상위 15개 병원 중 7곳이 공공병원이란 현실은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태조사에선 비정규직 인력이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한 뒤 다른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고용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포착됐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계약해지한 기존 부서를 없애고 부서 이름을 바꿔서 그대로 새로운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2년 계약기간 만료 후 일정기간 휴무한 뒤 다시 2년 계약으로 재입사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견계약이나 용역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병원은 102곳 중 7곳(삼척의료원·인천의료원·충주의료원·전북대병원·국립교통재활병원·울산병원·정읍아산병원)에 불과했다.

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높은 간호사 이직률을 해소하기 위한 인력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수익성 추구를 위해, 비용 부담을 핑계로 병원에서 비정규직 사용이 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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