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김준수 "벌써 네번째 '샤큘'…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무대 보여드리겠다" 각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5 16:53

수정 2021.06.15 16:53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연 배우 김준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연 배우 김준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파이낸셜뉴스] "드라큘라는 초연부터 한번도 빼놓지 않고 참여했죠. 가장 많은 회차를 소화한 뮤지컬이기에 또 다른 부담도 있는 것 같아요. 매번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에 좋은 반응을 주셨기에 노래든, 연기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요. 공연을 다시 보시는 분들도 납득하실 수 있도록 '샤큘'만의 무대를 보여드리겠다는 각오가 남다릅니다."
벌써 뮤지컬 무대에 오른지 11년 째, 이제는 '아이돌 시아준수' 보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라는 타이틀이 더 커졌다. 아이돌 너머 뮤지션으로 자리를 단단히 한 지도 꽤 됐다. 수많은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이 '가장 닮고 싶은 선배'로 모실 정도다. 배우 김준수가 2021년 여름 '드라큘라'로 다시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다. 지난해 봄에도 드라큘라였던 그는 1년 새에 모차르트로 변했다가 뮤지션 김준수로 연말을 보내고 다시 드라큘라로 복귀했다.
그에게 있어 '드라큘라'는 남다른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2014년 초연 이후 2016년 재연, 지난해 3연에 이어 김준수는 이 작품의 주인공 자리를 놓치 않고 꾸준히 지켜왔다.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다시 개막하고 한달여를 맞이한 김준수는 지난 14일 기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초연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공연을 해오면서 작품의 변천사도 가장 가까이 지켜봤다"며 "지난해 상반기에 드라큘라 공연이 진행될 때 이미 올해 공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19의 여파로 공연 회차가 많이 취소됐기에 아쉬운 마음이 커 이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지난해엔 '내년이 되면 코로나가 다 끝나 있겠지' 했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코로나 시국이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공연을 통해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느끼고 매회 공연을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897년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서 탄생한 '드라큘라'는 12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전세계에서 뮤지컬 외에 영화, 연극, TV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각색돼 왔다. 그 가운데 뮤지컬은 2001년 미국 샌디에고의 라호야 플레이하우스에서 처음 오른 이래 200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다. 이후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국가의 무대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뒀다. 뮤지컬은 소설의 내용 중 드라큘라 백작이 사랑한 여인 '미나'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지킬앤하이드'로 널리 알려진 프랭크 와일드혼이 뮤지컬 음악을 작곡했는데 서정적인 음악에 팝과 록이 어루러져 관객들에게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김준수는 "여느 전 세계 글로벌 버전보다 한국 버전이 가장 완성도 있다고 믿는다"며 "초연부터 시즌이 바뀌면서 씬이 추가됐다 빠지기도 하고 새로운 곡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공연에는 브로드웨이 버전에 없던 새로운 넘버 3곡이 추가됐는데 감사하게도 제작진들이 유연한 자세로 배우들의 의견을 잘 반영 해주셨다"고 말했다. 여러 곡들 가운데 김준수의 의견이 가장 크게 반영된 곡은 '그녀(She)'라는 곡이다. 김준수는 "이 곡은 드라큘라와 미나의 400년 여정을 함축한 곡인데 이전에는 그저 드라큘라가 읍조리는 대사였다"며 "뮤지컬인데 대사보다 노래로 컴팩트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반영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열연 중인 김준수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열연 중인 김준수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드라큘라'에 대한 김준수의 애정을 보여주는 것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그의 헤어스타일이다. 김준수는 초연부터 자신만의 드라큘라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 전체를 붉은 색으로 염색한 채로 무대에 올랐다. 김준수는 "사실 초연 때는 당연히 포마드로 머리카락을 다 빗어넘긴 블랙 헤어 스타일로 무대에 오르려 했다"며 "공연 2~3일 전엔가 연습을 하다 갑자기 '프레쉬 블러드'라는 넘버의 가사가 머릿 곡에 꽂히면서 노인이었던 드라큘라가 조나단을 흡혈해 400년 전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됐는데 피가 몸으로 흡수되는 비주얼을 어떻게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어 백발이 붉은 피로 물드는 모습을 상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에게 이러한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흔쾌히 제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해서 4연까지 붉은 머리 컨셉을 이어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준수는 "이번 공연에서 저 외에도 성록이 형, 동석이와 함께 같은 배역을 맡고 있는데 '샤큘'만의 차별점이라면 덜 인간적이고 오히려 드라큘라스러운 점이라 생각한다"며 "괴기하고 사이코적이고, 광기어린 모습의 드라큘라를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면 '샤큘'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최종 목표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상을 받고 싶었다면 이제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며 "저는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갈테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드라큘라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도 맞이하게 될텐데 그렇다면 그 때에도 꼭 주인공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제 나이와 모습에 맞는 배우로 은은하게 무대에 남아있을 수 있길 바란다. 그렇다면 배우로서도 행복할 것 같다.
늘 그런 마음으로 매 회 공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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