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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에 퇴짜 맞은 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발

남중국해 갈등… 신뢰 구축 못해
강대강 사이 미국 의식할 수밖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특별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며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지만 반쪽 자리 성과를 거뒀다는 취지의 평가가 나왔다. 아세안은 미국도 주요 관심 국가들이고 아세안·중국 사이의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충칭에서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 기념 회담'을 갖고 코로나19 백신 제공과 함께 백신 연구개발, 생산, 구매, 접종 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세안에 더 높은 수준의 전략 동반자 관계를 제안하면서 고위층 교류 확대와 지도자 간 전략적 소통 증진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아세안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은 미국도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경우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 남해연구원의 천샹마오 연구원은 "아세안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정책을 추구해왔다"면서 "아세안이 중국에 기우는 것으로 미국이 받아들인다면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중국·아세안 공동성명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했다'는 말은 빠졌다. 대신 '중국-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관계로 진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만 들어갔다.

왕 부장은 중국과 아세안 일부 국가의 갈등 원인이 되는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남중국해 행위 준칙'(COC) 마련도 촉구했지만 공동성명에서 누락됐다.

왕 부장은 "대화와 협상을 강화하고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 남중국해의 안정을 유지하며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는 일방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며 유엔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맞는 행위 준칙을 마련해 공동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자신감과 지혜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는 동중국해, 대만해협과 함께 중국의 세계 장악력 확대 전략 중 하나라고 미국은 보고 있다.

G7이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의 지위를 바꿔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아세안과 남중국해 행위 준칙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이런 미국 등 서방국가의 반응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없기 때문에 미국 등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을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