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의 인사이트] 인플레 쇼크 속 생존전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6 18:00

수정 2021.06.16 18:00

[김규성의 인사이트] 인플레 쇼크 속 생존전략
일본의 5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4.9%를 기록했다. '제로(0)% 성장'도 버겁다는 디플레이션 국가 일본에서 이 정도 물가는 드물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중국은 9.0%였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였다. 미국은 28년여 만의 최고치다. 일본과 중국은 13년여 만에 가장 높다.
한국은 9년여 만에 보는 상승률이다.

높은 5월 물가는 일시적인가, 아니면 구조적이면서 지속적인 현상일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2021년 6월)'에서 "인플레 위험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했다. 대다수 국가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현재까지 구조적 인플레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막바지에서 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했다는 분석은 유효하다. 미국의 물가가 발표된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예상을 깨고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은 물가급등이 반도체 공급부족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풀린 유동성이다. 코로나 위기 때 경기부양을 위해 어느 나라건 재정확대와 금리인하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2019년(9.5%), 지난해(9.1%), 올해(8.9%)까지 3년 연속 예산 총지출을 전년보다 9% 내외로 늘려 편성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코로나 이전 연 1.25%였지만 0.5%까지 내렸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에 달하는 '슈퍼부양책'에다 3조5000억달러 가까운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놨다. 기준금리도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췄다. '쌍끌이' 돈풀기다.

밀턴 프리드먼이 '화폐경제학'에서 주창한 "인플레는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풀린 돈은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원자재 등으로 흘러들어 자산가치를 상승시켰다. 식료품부터 공산품, 휘발유, 주거비 등 거의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특정 국가만의 현상도 아니다. 억제됐던 소비심리의 분출은 거침없다. 인플레는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물가상승 원인의 3분의 1 정도는 원자재 병목현상이 맞지만 그 나머지는 통화량 증가로 분석한다"고 했다.

'인플레 파이터'는 금리다. 과거 1980년대 초 미국에서 13%까지 치솟은 물가를 폴 볼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통해 안정시킨 게 성공사례다. 한은이 최근 강해진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이유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 인플레 쇼크 속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금리는 모든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쳐서다. '영끌'이 트렌드였을 정도로 빚을 내 아파트를 사고 주식투자를 했던 사람들에게 금리상승은 치명타다. 올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금리 1%포인트 상승할 때 이자는 12조원가량 증가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대책이 시급하다.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1년간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고 한다.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다. 경기부양을 위해 확대재정 일변도로 부채를 늘린 정부 또한 인플레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복원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금리를 다루는 통화신용정책은 항공모함에 비유된다.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한번 방향을 틀면 계속 간다. 이르면 올해 말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 연이은 추가 금리인상이 수순이다.
정부, 기업, 가계 모두 금리상승기의 생존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콘텐츠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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