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1년 동안 뭐가 변했나”···‘최악의 산재’ 판박이 쿠팡 참사에 유족 울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2 14:59

수정 2021.06.22 14:59

지난해 4월 한익스프레스 희생자 유족 라디오 인터뷰
“책임자 처벌도, 사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 물류센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 물류센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말 어이없고 화가 났다. 1년 동안 바뀐 게 뭔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없었을 일인데도 이렇게 사고가 되풀이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지난해 4월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 희생자 고 김일수씨의 유족이 이번 쿠팡 덕평물류센터 사고를 보고 내뱉은 울분이다. 1년 2개월 전 이번 쿠팡 참사와 꼭 닮은 ‘최악의 산재사고’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산업 현장의 안전 체계에 대한 지적이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로 아버지를 잃은 김지현씨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같이 꼬집었다.



한익스프레스 참사는 지난해 4월 29일 이천 지역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면서 일용직 노동자 38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당시 경보설비 미설치, 대피훈련 미실시 등 시공사와 감리 담당자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및 공사기한 단축에 따른 부실시공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참사를 빚은 한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이날 김씨는 “당시 경찰 수사 내용을 보면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이 있는 시공들을 동시에 하게끔 다 투입을 시켰다고 한다”며 “저희 아버지도 시공을 당겨서 근무에 들어가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용접 과정에서)불꽃이 우레탄 폼 쪽으로 튀면서 연기가 없는 상태에서 화재가 났다가 공기와 맞닿으면서 크게 확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규모가 무색하게 한익스프레스 사고 책임자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게 김씨 지적이다. 김씨는 “시공사 측에서 징역 3년6개월·2년3개월이 나왔고, 감리단에선 1년8개월을 받았다. 한익스프레스 쪽에선 금고 8개월인데,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또 시공사에는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을 뿐이라는 게 김씨 설명이다.

이번 쿠팡 화재는 기시감을 준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경보 및 화재 신고마저 묵살당하며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 상태다. 견고한 안전 불감증과 미비한 대처 체계가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사고 당일인 지난 17일 국내법인 의장직 및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는 발표가 나면서 ‘무책임 경영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기도 했다. 특히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쿠팡 측은 “김 의장 사임은 지난 5월 31일 이루어진 것으로,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냈다.

김씨는 여태 사과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공사 측에서는 TV(방송)나 저희 쪽에 와서 얘기할 때만 ‘미안하다, 죄송하다’ 했지 유가족 한분 한분에게 정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에만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