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엑셀' 밟은 호주
메이저 정유공장 잇단 폐쇄로
대부분 석유제품 수입할 상황
한국 최대 36조 탄소세 재원
탄소 배출 줄일 기술 연구에 써야
메이저 정유공장 잇단 폐쇄로
대부분 석유제품 수입할 상황
한국 최대 36조 탄소세 재원
탄소 배출 줄일 기술 연구에 써야
방향은 동의하지만 단기간에 수소 상용화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에너지 부족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석유, 석탄 등 기존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수소 전환을 추진할 경우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주 에너지 안보위협 "남의 일 아냐"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 화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 산업의 탄소저감 투자를 등한시할 경우 수소경제 전환의 연착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는 호주를 대표 사례로 꼽는다.
호주는 이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오일메이저의 정유공장 폐쇄 결정이 탄소중립 정책의 지향점과 일치함에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호주 정부는 남아있는 정유공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1~2022 예산안에 23억달러를 편성했다. KOTRA 시드니무역관 관계자는 "호주 정부 측도 자원안보 측면에서 최근 정유공장 폐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정유산업은 원유 정제량 기준 글로벌 5위다. 생산량이 국내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덕에 남는 석유제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세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현 기술 수준에선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탄소저감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생산량 자체를 감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호주와 같이 에너지 안보가 위협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탄소세 재원…'공정한 전환'에 써야
전력시장도 문제다.
현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키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를 가동정지시켰다. 가동 가능한 석탄발전소 37기의 출력도 80%로 제한하면서 발전량을 줄였다. 탄소저감을 위한 기술을 적용해 공사가 진행 중인 석탄발전소들도 반대 여론에 부닥쳐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10% 미만인 데다 탈원전 정책까지 겹치면서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기존 에너지 업계는 '탄소세'를 해결책으로 주목하고 있다. 탄소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의 추가 부담이 연간 7조3000억원에서 최대 36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 재원을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청정합성연료 개발, 사업장 저탄소 연료 전환 인센티브 등 기존 에너지 산업의 탄소저감 기술 연구개발에 투입해 달라는 요구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공정한 전환'을 언급했다. 공정한 전환은 지난 3월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키워드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고, 아무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탄소세를 부과해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을 퇴출시키고 그 재원을 전기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에 쓰자는 주장이 있다"면서도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공정한 전환이다. 탄소세 재원이 마련되면 전통적인 산업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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