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인도에서 유래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변이주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속도를 빨리하고 접종 간격을 줄여서 이를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 영국은 델타 변이가 우세종…미국도 한달여 뒤
23일(현지시간)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8월말까지 유럽내 신규 감염자의 90%가 델타변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파우치 소장도 같은 날 "현재 델타 변이는 미국내 신규 감염자의 약 20%지만 한달여 뒤에 상당히 지배적인 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에서는 델타변이가 이미 영국발 알파변이를 누르고 지배종으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영국은 23일 기준 일일 신규감염자가 1만6000명대로 뛰어, 지난 2월 초순 이후 가장 많은 환자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는 점점 세력을 키우고 있다.
◇ 국내는 10명당 4명이 변이…변이 중 델타는 12%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월1일부터 19일까지 유전자 분석 건수 대비 변이 확진자 검출 비율은 39.6%로 40%대에 육박했다. 이중 영국발인 알파형 변이는 약 85%, 인도발 델타형은 약 12%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델타 변이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이는 금세 불어날 위험이 있다.
정부는 "최근 인도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영국 신규 확진자 대부분은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2차 접종을 마치지 않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현재까지 성인 인구의 80%가 넘게 적어도 1회 백신을 맞았고,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중도 6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집단면역 수준인 70% 접종에 근접한 것이다.
그런데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의 연구에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1차 접종후 3주가 지났을 때 델타 변이주 예방효과율이 각각 33.2%, 32.9%였다. 1, 2차를 다 맞으면 델타 변이에 화이자는 88%, AZ는 60% 방어 효과를 낸다.
◇ 접종률 높은 영국, 미접종자에게 델타변이 확산중
영국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을 분석해보니 60%가 미접종자였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영국의 증가세는 2차 접종까지 이르지 못한 영국 국민들과 미접종자가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의 확산세는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면서 "2차 접종이 60%까지 이뤄졌지만 나머지 40%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율이 기존 바이러스 대비 감소하기 때문에 국민 목표 접종률이 정부가 세운 70%보다 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목표는 변이가 나오기 전 화이자 등이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가지는 95%의 효과 등을 근거로 세웠기에 국민접종률을 76%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 국민접종률 76%로 올리고 접종 간격도 줄여야
접종 속도나 간격을 더 좁히는 것도 중요하다. 위중증이 될 위험이 높은 변이가 접종 속도보다 확산이 빠를 경우 집단 면역이 발생하기도 전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AZ처럼 2차의 간격이 11~12주면 너무 오랫동안 보호효과가 낮은 채로 있어야기에 접종 간격을 줄이든가 교차 접종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에서 델타 변이주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델타 변이 확산 속도가 백신 접종 속도를 역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AZ 백신의 경우 1~2차 접종간격이 11~12주에 달하는데 그 간격을 더욱 줄여 방어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우리나라는 아직은 통제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잘 막지 않으면 영국과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백신 맞아도 '마스크 착용' 등 물리적 방역 병행하면 더 효과적
백신 접종률을 하루빨리 끌어올리는 것과 더불어 기존에 해오던 마스크 착용 등의 물리적 방역을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아직까지 접종을 마친 인구가 약 30%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결국 물리적으로 감염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것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교수는 "백신 접종은 당연히 높여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결국 물리적으로 막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백신을 접종했다고 기본 방역수칙을 다 없애도 될 것처럼 착각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는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도 완화하는 것은 특정지역 또는 국가 내에서나 일시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변이가 유행할 경우 물리적인 방역도 동반되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잡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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