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보편적 복지 vs 선별적 복지, 해답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4 18:03

수정 2021.06.24 18:03

[fn광장] 보편적 복지 vs 선별적 복지, 해답은?
지난 2010년 '무상급식'을 두고 촉발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이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을 다시 강타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들고나오자, 야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별적 복지인 '안심소득' 정책을 제시하며 갑론을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복지제도 논쟁에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네르지와 뒤플로의 '보편기본소득' 해석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 지사가 노벨경제학상의 위상을 빌려 자신의 기본소득 안을 옹호하자, 정세균 전 총리와 윤희숙 의원이 이 지사가 바네르지의 주장을 왜곡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바네르지의 주장은 후진국에서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활성화와 같은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다시 우리나라는 '복지후진국'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재반박에 나섰다.


복지는 수요가 공급보다 클 수밖에 없으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의 문제는 항상 논란이 돼 왔다. 수급자격의 두 가지 원칙이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다. 보편주의는 복지에 대한 수요를 하나의 기본권으로 보고 모든 국민에게 수급자격을 부여한다. 선별주의는 스스로 욕구를 해결할 수 없는 대상에게만 심사를 통해 수급자격을 부여한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급여함으로써 사회통합에 유리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기가 쉬워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선별적 복지는 모자란 부분을 메워줌으로써 전체 구성원 간의 구체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고, 스스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자긍심을 고취해 복지의존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지제도에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사회적 적절성과 대상 효율성의 잣대가 유용하다. 사회적 적절성은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대상 효율성은 사회복지의 욕구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 얼마나 자원이 집중적으로 할당되느냐의 문제다.

복지방식을 선택할 때 제한된 자원 내에서 어떻게 사회적 적절성과 대상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면, 정부의 일반예산에 의존하는 복지제도에는 보편주의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한된 예산에서 보편주의를 선택하면 급여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고, 불필요한 자원 배분이 이뤄지는 누수현상까지 생긴다. 즉 낮은 사회적 적절성과 대상 효율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잘 설계된 선별적 복지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여를 기초로 하는 사회보험의 경우는 사회적 적절성과 대상 효율성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주의가 유리하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제도가 이에 해당한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은 우리에게 맞는 바람직한 복지제도를 찾는 과정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이 논쟁이 정치적 무기로 사용돼 양자택일의 흑백논리로 치닫는 것은 문제다. 마치 어느 한쪽이 '좋은 복지'이고, 다른 쪽은 '나쁜 복지'라는 식의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복지는 보편적 복지만으로도 안되고, 선별적 복지만으로도 안된다. 사회복지 발전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절한 조합의 확대로 이뤄진다.
복지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목표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는 생산적인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