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8년전 여동생과 생이별… 아버지 진실 말해주길" [잃어버린 가족찾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8 17:15

수정 2021.06.28 17:15

1973년 실종된 자매 찾는 이혜련씨
"동생 친척집에 맡겨놓겠다던 부친
일기장엔 기차에 두고 내렸다 써"
이정아씨(52·실종 당시 4세)는 지난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실종됐다. 본명은 이혜정으로, 가족들은 '정아'라고 불렀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이정아씨(52·실종 당시 4세)는 지난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실종됐다. 본명은 이혜정으로, 가족들은 '정아'라고 불렀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48년 전 여동생과 이별했지만 여전히 이혜련씨(57)는 가슴 속 답답함을 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실종 뒷이야기를 알고 있을 아버지와의 대화가 여전히 어려워서다.

이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면서 "사람이 어찌 그리 매정할 수 있는가 싶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28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센터에 따르면 이정아씨(52·실종 당시 4세)는 지난 1973년 11월 1일 경기 파주군 주내면(용주골)에서 실종됐다. 직업군인인 아버지가 "몸이 너무 아파 수원 친척집에 아이를 한 달만 맡겨 놓자"며 두고 간 뒤 혜련씨와 정아씨는 만나지 못했다.

두 달이 지나도 정아씨는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와 혜련씨가 수원 친척 집에 물어보니 "정아는 온 적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생이별을 겪은 1년 뒤, 혜련씨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열차에 정아를 두고 내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혜련씨는 "어머니는 까무러쳤고, 헌병대에 바로 연락했지만 '훈장을 탄 군인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날 이후 혜련씨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폐결핵이 있었던 어머니는 몸과 마음의 병이 겹쳐 수년 후 명을 달리했다. 아버지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다.

혜련씨는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에 편지도 쓰고, 아침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정아씨를 다시 찾을수는 없었다.

공소시효가 지난 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혜련씨는 지난해 아버지를 고발했다. 하지만 형사의 추궁에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말할 때마다 진술이 달라진다"며 "'진실만 얘기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정아씨의 본명은 이혜정이지만, 가족들은 그를 '정아'로 불러 이 이름이 더 친숙할 것이라고 혜련씨는 전했다.
그는 "동생은 밝고 친구들과도 잘 사귀던 아이"라며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기 때문에, 동생이 이제 저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