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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폐수 필터' 국산화 추진… 하루 수백만톤 물 아낀다 ['경제안보' 과학기술이 지킨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8 17:55

수정 2021.06.28 18:38

<2>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
과기부, 소재혁신연구단 가동
기존 사용량의 10%로 폐수 정화
공기청정기 등 타분야로 적용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 조소혜 단장(오른쪽)이 28일 케이원에코텍 김기팔 연구소장과 함께 실험실에서 필터와 소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 조소혜 단장(오른쪽)이 28일 케이원에코텍 김기팔 연구소장과 함께 실험실에서 필터와 소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반도체 '폐수 필터' 국산화 추진… 하루 수백만톤 물 아낀다 ['경제안보' 과학기술이 지킨다]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와 전자제품 생산 공장에서 나오는 고농도 중금속 폐수를 정화시키는 필터 연구개발(R&D)이 진행 중이다. 이 필터에 들어가는 소재나 부품들을 따로 사용할 경우 일반 오폐수 정화시설에 적용할 수 있으며, 공기청정기용 필터도 만들 수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로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 연구단을 가동했다. 이 연구단은 핵심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고 미래 소재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R&D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은 고농도의 공장 폐수를 정화하는 필터 소재 R&D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소혜 연구단장을 중심으로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필터와 세라믹 필터, 정화시설에 들어가는 여과·분해 기능 소재를 개발한다.

연구단에 참여한 케이원에코텍 김기팔 연구소장은 28일 "현재 대부분의 공장 지하에는 대규모 정화시설이 있는데, 이 필터 개발이 성공하면 그 부지 규모가 10분의 1 정도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용 정화필터 국산이 없다

조소혜 연구단장은 재작년 일본 수출규제 사태때 국산화에 기여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본 결과 폐수 정화시설이 눈에 띄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필터와 필터 소재는 대부분 일본과 네덜란드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산업경제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PTFE 필터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7.8% 성장률로 올해는 15억9640만 달러(약 1조80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라믹 필터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11.1% 성장률로 10억3920만 달러(약 1조1739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불산 폐수의 정화 공정은 알루미늄, 철 등의 화학물질을 3단계에 걸쳐 사용한다. 연구단이 개발하는 필터는 PTFE 필터와 세라믹 필터 등이 합쳐져 폐수를 한번에 정화하는 것이다.

조 단장은 "폐수를 정화할때 기존에는 화학물질 100을 사용했다면 이 필터를 이용하면 10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경우 하루에만 10만톤의 물을 사용한다"면서 "이정도면 도시 하나의 정수장과 맞먹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공업용수를 정화해 재사용할 수 만 있다면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만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기업과 함께해 완성도 높인다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은 4개의 세부 과제로 나눠 R&D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1세부는 KIST가 부경대와 제이앤엘테와 함께 유해물질 제거용 나노복합필터 소재기술을 개발한다. 2세부는 한국재료연구원을 중심으로 이화여대와 아이비머티리얼즈가 고위험 폐수 처리를 위한 세라믹 필터 소재기술을, 3세부는 한국화학연구원이 충남대와 극한환경용 용융 가공성 PTFE계 필터 소재기술을 개발한다. 이렇게 각 파트가 개발한 소재를 마지막에는 KIST와 케이원에코텍이 산업현장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복합필터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성능 좋은 100만원짜리 기술을 개발했어도 1만원짜리 제품 10개로 같은 성능을 보인다면 경제성이 없다. 연구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이런 부분을 보강하기 위함이다.


김기팔 연구소장은 "각 파트마다 기업들이 포진해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대량 생산하거나 제품으로 만들기위해 계속 서포트를 해준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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