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가장 빨리 극복한 중국에서 기업들의 대출과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회복보다 부실채권을 우선 신경 쓰고 있다며 내년도 중국의 경제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내다봤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세계은행(WB)과 미국 컨설팅업체 차이나베이지북을 인용해 중국 경제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WB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팬데믹 극복에 힘입어 8.5%에 이를 전망이나 2022년에는 5.4%에 머문다고 예측했다. 중국의 GDP는 2019년 6.1%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2.3% 성장에 그쳤다.
WB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은 재정 건전화와 부채 위험 감소 노력 때문에 2022년 후반 들어 초반보다 낮은 속도로 성장하며 안정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8년 취임한 류허 중국 부총리는 중국 기업들의 만성적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3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국유 기업들의 의도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채무 회피 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며 금융기관에도 엄격한 대출을 강조했다. 중국의 GDP 대비 총대출 규모는 지난해 4·4분기 285%에서 올해 1·4분기 280%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다. 중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불렸던 ‘그림자대출(비은행권 대출 및 중개 행위)’ 규모 역시 같은 기간 58조7000억위안(약 1264조원)에서 5400억위안 가까이 감소했다.
물론 중국도 팬데믹 극복을 위해 서방국가들처럼 돈을 풀기는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를 14개월째 동결했다. 그러나 정작 기업과 소비자들은 쉽사리 돈에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29일 독립적인 중국 경제자료를 조사하는 차이나베이지북의 릴랜드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역에서 기업들의 대출이 기록적으로 줄었으며 특히 (상업 중심지인) 상하이나 광둥성, 베이징 외부 지역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밀러는 중국 내 8개 지역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앞으로 6개월 내에 대출을 받겠다는 기업이 일제히 감소했으며 6개 지역에서는 역대 최저 기록이 나왔다고 전했다.
차이나베이지북은 기업들이 투자와 대출을 매우 꺼리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또한 바닥을 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만약 기업 대출과 소비 심리가 지금 같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에 다음 분기 성장이 걱정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을 6% 이상으로 잡았다. 차이나베이지북의 쉬자드 콰지 이사는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소매업 부진은 소비자들의 방어적인 태도로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식음료에는 돈을 쓰지만 사치품, 의류, 가구, 가전제품에는 그만큼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콰지는 “소비자들이 팬데믹 재발을 우려하는 동시에 광범위하고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투자사 맥쿼리그룹의 래리 후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중국 정부가 (부실채권에 대한) 암묵적인 보장을 깨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 10년 안에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GDP 성장률을 신경쓰지 않는 한 해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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