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방역수칙 어기면 구상권 청구" 목소리만 컸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30 19:50

수정 2021.06.30 19:50

전국 구상권 청구사례 입수해 분석
14건 소송 진행 중, 판결 사례는 아직
일회적 위반은 계도, 반복 위반시 검토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킨 악질 확진자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자가격리 명령을 어기고 무단 외출하거나 역학조사에 거짓으로 응해 방역대책을 혼란케 한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일부 종교와 학원시설, 정치단체 집회 등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매개가 되며 고의적인 위반자를 엄벌에 처할 필요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1년여에 걸친 파이낸셜 뉴스의 취재결과 실상은 크게 달랐다. 지자체로 떠넘겨진 구상권 청구소송은 획일적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구상권이 청구된 사례도 전체 14건에 불과했다.

발열 등 유증상에도 불구하고 방역지침을 어겨가며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사례 중 상당수가 구상권 청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소송은 지자체에 위임하고, 지자체 역시 적극 나서지 않는 경우가 상다수다. 사진=픽사베이.
발열 등 유증상에도 불구하고 방역지침을 어겨가며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사례 중 상당수가 구상권 청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소송은 지자체에 위임하고, 지자체 역시 적극 나서지 않는 경우가 상다수다. 사진=픽사베이.

방역저해 사범 넘치는데··· 구상권 청구 '14'

파이낸셜 뉴스가 지난 1년 간 방역당국과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체단체 및 다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을 취재한 결과 코로나19 방역저해 사범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가 단 14건에 불과했다. 그중 올해 새로 청구된 사례는 단 5건이다.

서울과 제주가 가장 많은 3건, 광주와 울산이 2건, 충북과 경남, 대구가 각 1건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 직접 구상권을 청구한 1건까지 포함해 코로나19 관련 구상권 청구 사례는 현재까지 1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청구 총액은 1064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구가 신천지를 상대로 1000억원, 서울이 50억원 규모 구상권 소송을 수행 중이다. 나머지 모든 지자체가 14억 상당의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방역당국이 방역저해 사범에게 적극적인 구상권 청구를 예고한 것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법무부와 전국 지자체가 참여한 ‘구상권 협의체’를 출범시켜 증상이 있음에도 사람들과 접촉해 확진자를 발생시킨 방역저해 사범들에게 “확진자 치료비와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 민사절차를 진행하겠다”며 무관용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집회금지 조치에도 정치집회를 열어 1000명이 넘는 확진자를 발생시킨 서울 사랑제일교회 △집회금지 수칙을 어기고 종교행사를 강행해 47명의 확진자를 낸 성남 은혜의강 교회 등 종교단체 수백 곳 △좁은 공간에 밀집해 생활해 다수 확진자가 나온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와 울산 인터콥 선교센터 △증상이 나타난 사실을 알면서도 전국 각지를 다니며 타인과 접촉한 개인 △자가격리를 어기고 외출하거나 모임을 가진 경우 등이 구상권 청구 대상으로 고려됐다.

이와 관련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침을 내려 1차 적발의 경우엔 모두 계도로 처리하도록 했다”며 “방역을 세우기 위한 겁주기 차원이었고 실제 소송을 한 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관련 구상권 청구 소송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획일화된 기준이 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fnDB.
코로나19 관련 구상권 청구 소송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획일화된 기준이 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fnDB.

지자체가 소송 수행··· 의지·역량 천차만별

현재 구상권 소송 수행은 대부분 지자체에 일임돼 있다. 광역 지자체 17곳이 직접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초 지자체가 담당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중앙정부가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사례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이는 공단이 직접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한 1건이라는 데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지자체가 법적 대응을 담당하다보니 지자체의 의지와 소송수행 역량에 따라 구상권 청구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질병관리청은 방역지침을 반복해 어긴 사례에 한해 지자체가 대응에 나서도록 지침을 세웠으나, 기준이 모호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증상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 곳곳을 여행해 다수 확진자를 낸 사례나 종교집회를 강행해 확진자 다수를 발생시킨 교회 가운데 상당수가 구상권 청구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추가 예산을 마련해 소송을 진행하기보다 계도를 하고 넘어가길 원하는 일부 지자체의 요구와 맞물려 구상권 청구 사례가 더욱 적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집회 참석자가 코로나 검사를 안 받고 다수와 접촉한 경우는 발생시킨 확진자 치료비가 청구된 사례가 있는데, 발열상태에서 그냥 여행을 가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건은 청구하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고 털어놨다.

울산 북구 매곡동 히어로스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울산시 방역담당자가 발생 현황과 감염경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은 구상권 청구 소송을 2건 진행하고 있다. fnDB.
울산 북구 매곡동 히어로스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울산시 방역담당자가 발생 현황과 감염경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은 구상권 청구 소송을 2건 진행하고 있다. fnDB.

집단감염 사태에도 구상권 청구 안 해

실제로 전국 지자체 중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음에도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가 ‘0건’인 광역지자체는 무려 10곳에 달한다. 이중 경기와 강원, 대전 등은 대규모 코로나19 집단감염사태가 일어나 충격을 던진 곳이다.

올해 초 대전에선 4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온 IEM국제학교(IM선교회) 사태가 있었다. 고열과 두통 증세를 보인 사람들이 해열제만 먹고 버텼고, 합숙 생활을 하는 등 방역수칙도 위반해 집단감염으로 번졌다. 이를 대전시교육청 등이 인지하지 못해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월 25일 강원 홍천의 한 교회에선 39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발점은 대전 IEM 국제학교의 목사 부부와 학생들이었다. 대전에서 감염된 이들은 홍천 교회에서 열흘 간 집단생활을 하고, 방역수칙을 위반해 사태를 키웠다. 홍천군은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지만 교회에 머무른 확진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교회엔 150만원을 부과한 게 전부였다. 치료비와 방역비용은 모두 자체 예산으로 처리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집단감염 사태가 산발적으로 일었다. 그러나 대부분 계도로 끝났다. 대대적인 홍보와 경고가 겁주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이 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지자체가 구상권을 청구해도 1년 넘게 기일이 한 차례도 잡히지 않는 등 법원이 태만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코로나19 초기 물의를 빚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신천지 예수교회를 상대로 1000억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방역비용 뿐 아니라 신도 명단을 허위로 제출해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 비용까지 함께 계산했다.

코로나19 구상권 소송의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재판은 1년이 넘도록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원고와 피고 모두 준비서면을 냈는데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정부·지자체별 구상권 청구 건수 및 액수
(건, 원)
건수 청구액
중앙정부 1 5억6080만860원
서울 3 50억2000만200원
경기 0 0
인천 0 0
부산 0 0
울산 2 3억7000만원
대전 0 0
광주 2 2억8971만3400원
대구 1 1000억원
충북 1 5208만770원
충남 0 0
전북 0 0
전남 0 0
경북 0 0
경남 1 3억원
강원 0 0
제주 3 3억8759만3000원
세종 0 0
합계 14 1069억8018만8230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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