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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이하 민사사건을 간소한 절차로 처리하는 '소액사건심판'으로 인해 법률 취약계층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
소액사건심판의 경우 법률에서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패소를 하면 상급 법원에 항소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소액심판 비율이 높아 재판 받을 권리와 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액재판 100건 중 3건만 항소
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결과 법률구조공단의 법률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민사본안사건과 비교해 소액재판 비율이 약 20% 포인트 가량 높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에 접수된 제1심 민사본안 사건의 경우 약 72%가 소액사건심판이다.
최근 2년간 이 비율에 큰 변동이 없었다면 민사재판 10건 중 약 7건은 소액재판인 셈이다. 반면 지난해 법률구조공단의 경우 총 6만8400건의 민사재판을 진행했다. 이중 약 91%가 소액재판이다. 저소득층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은 무료 혹은 저렴하게 법률구조공단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 소액 사건의 경우 승소율이 97%"라고 전했다.
문제는 소액 재판의 경우 적은 수일지라도 패소를 하게 되면 이유를 알 수 없어 항소율이 일반 민사 재판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2014년~2018년 소액사건 처리결과(5년) 평균 항소율은 3.5%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민사합의사건 항소율은 45.5%, 단독사건은 17.6%로 훨씬 높았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3000만원이라는 기준이 당사자한테는 큰 돈일 수 있는데 판결문에 이유가 적혀있지 않으니 방어권을 행사하거나 항소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소액재판의 경우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 적절하게 대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2018년 소액심판 변호사 선임 비율은 원고가 14.7%, 피고가 1.2%, 쌍방이 0.8%에 불과하다.
김응철 변호사는 "소액심판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당사자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방만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입증책임을 더 많이 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해결 쉽지 않은 '2줄 판결' 문제
판결 이유가 없는 소액재판 판결문의 경우 국회차원에서도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지적돼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사가 구술로 설명한 판결 이유를 법원 차원에서 녹음해 사후 소송당사자가 필요할 경우 녹음테이프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소액사건 심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회기가 종료되면서 해당 법률은 자동 폐기됐다.
백 의원은 "소액사건심판법은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면서,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주문의 정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 이유 요지를 구술로 설명토록 규정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다만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판결문 구술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문제는 남는다.
21대 국회에서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액재판의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도록 규정한 조항(제11조의2제3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소액재판 모두에 판결을 적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액 일반사건 판사의 경우 한달 평균 850건을 처리하는데 한 사건당 처리 시간이 1분30초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판결 선고시 주문 낭독 및 녹음을 할 경우 결국 판사들은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과 비슷하게 품을 들이게 될 수 있다"며 "판사의 숫자를 늘리거나 다른 제도적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변호사는 앞서 "현행 제도상 소액사건에 해당하면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액사건 심판법이 적용된다"며 "당사자가 소액재판을 받을 것인지 정식재판을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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