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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분사 추진 SK이노베이션..주주 반대에도 왜?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4 20:15

수정 2021.07.04 20:43

SK이노, 배터리 분사 공식화에 주가 9% 급락
전기차시장 빠르게 확대..자금 확보위해 분사 불가피
IPO 시점이 분사 결정 기준..배터리 올해 흑자 달성
[파이낸셜뉴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스토리 데이'의 최대 이슈는 배터리 사업 부문의 분사였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분사 가능성이 공식화되자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날보다 8.8% 곤두박질쳤습니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이 빠져나가면 SK이노베이션의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입니다.

SK이노베이션 종목 토론방을 보면 "뒤통수 맞았다" "주주 배신때리는 SK" "이제는 SK주식 쳐다도 안 본다" 등 배터리 분사 소식에 분노한 주주들이 올린 글 이루고 있습니다.


이같이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한데도, 이를 무릅쓰고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금 조달 때문입니다.

지동섭 배터리사업부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서 '분사 시기를 결정하는데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설비) 증설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전체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최근 약 한 2조~3조원 투자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 사업 입장에서 빨리 (분사를) 했으면 좋다는 게 저희의 입장입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 News1 © 뉴스1 /사진=뉴스1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 News1 © 뉴스1 /사진=뉴스1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간 40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배터리 사업에만 18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투자금을 확보하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기업공개(IPO)입니다.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 시켜 외부 자금을 투자받는 것이죠.

IPO를 하려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야 합니다. SK이노베이션 내부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별도의 회사로 독립시킨 뒤 IPO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IPO 상장에 성공해 2조2460억원을 조달한 바 있습니다.

김준 총괄대표도 이날 배터리 사업부 분사 시점에 대해 'IPO시점'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괄대표는 "분할 시점에 대해 검토한다면, IPO시점을 언제로 볼 거냐는 부분이 먼저 연결이 될 것 같다""IPO를 언제 할 거냐라면, (배터리 사업의) 밸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발표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대표, 나경주 SK 종합화학 사장 등 계열사 대표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대표, 나경주 SK 종합화학 사장 등 계열사 대표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배터리 사업이 첫 흑자를 달성한 뒤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말부터 분사 및 상장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지주회사의 적정 가치를 파악할 때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를 20∼30% 정도 낮춰 반영합니다. 기존 주주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입니다.

이에 김준 총괄사장은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되면 지주사 디스카운트(할인)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디스카운트 폭을 축소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사업 개발 기능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해 IPO를 준비 중입니다. LG화학도 작년 9월 중순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작년 9월 15일 72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분할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5.37%가 떨어졌고,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 17일에는 6.11%나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 등 요인으로 두 달여만에 기존 주가를 회복했습니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인지 주가 하락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적극 매수에 나섰습니다. 이날 개인은 491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전체 종목 중 순매수 1위입니다. 지난 한 달간 누적 순매도 규모인 4511억원을 이날 하루 동안 사들인 겁니다.

SK이노베이션도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LG화학이 경험한 주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이날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미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지난 1일 진행된 '스토리 데이'의 Q&A 중 배터리 사업 분사에 대한 내용 발췌
Q 관련 공시가 나간 이후로 주가가 굉장히 많이 빠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물적 분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 분할 방식을 고민하고 있나.

A 김준 총괄대표 물적 분할 또는 인적 분할 결정된 부분은 없다. 다만 제가 말씀드린 것은 향후에 성장 사업으로서 배터리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리소스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원을 조달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저희가 에쿼티 플레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부분은 지속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논의가 필요하고 주총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되는 사안이다. 시장에서 소액 주주부터 기관투자자들까지 어떻게 배터리 사업 성장을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결정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속 고민하고 있다.

Q 배터리까지 분사하고 IPO까지 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주주 관점에서 무엇으로 좀 수혜를 받는다고 봐야 되나.

A 김준 총괄대표 배터리 분할과 관련된 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시장의 선례가 있어서 그런지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다.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다. 만약에 (분할) 된다고 치면, SK이노베이션은 거의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이 된다. 그러면 당연히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 디스카운트 폭을 훨씬 더 줄이는 밸류 크레이션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기능을 투자회사로써 더 강력하게 끌고 가겠다. 리소스의 효율적 활용 측면을 계속 강조하면서 끌고 가야 되고, 자체적으로 가치 창출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개발, 인수합병 강화해 나가겠다. 그 부분을 통해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추가적인 벨류를 창출하는 쪽으로 점점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배터리 메탈 재활용도 2024년 말이나 2025년에 정상 가동을 예상한다. 2025년 약 3000억원 정도의 에비따(EBITDA)는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계속 (신규 사업을) 발굴 해야 하고,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인큐베이션하고 벨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

Q 배터리 분사 시기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A 지동섭 배터리사업부 대표 배터리 사업 입장에서는 리소스를 충당하는 게 우선순위다. 사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 있든 분사를 하든 증설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전체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포드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하면 리소스를 상당 부분 더 줄일 수 있지만, 리소스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 매년 약 2조~3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 사업 입장에서 (분사를) 빨리했으면 좋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다.

A 김준 총괄대표 분할 시점에 대해 검토를 한다면, 그 다음에 IPO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는 부분이 먼저 연결될 것 같다. 그러면 IPO를 언제 하냐의 판단 기준은, 밸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발표를 하는 것이 맞겠고 생각한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올해 에비따(EBITDA)가 플러스 되고, 내년에 영업이익이 플러스 되고, 그 다음 곧 1조원 영업이익을 낸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을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반영을 하겠지만, 저희가 그 확신을 시장에 보여주는 시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시간적인 여유를 (IPO 시점으로 부터) 거꾸로 역산해서 분할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차피 분사를 해도 당분간은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투자 리소스를 넣어줘야 된다. 분사한다면 IPO 시점하고 연계되서 탄력적으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더 우선적인 부분은 시장이 받아들여 줄 것이냐, 시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냐, 이런 고민을 먼저해야 한다.

Q 나스닥 상장 또는 나스닥과 국내 시장 동시 상장도 검토될 수 있나.

A 김준 총괄대표 고민 중인 사안이다.
대부분 한국 기업들이 나스닥 상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좀 두려움을 갖고 있다. 상장 유지 코스트에 대한 부분도 있고 메인 비즈니스의 기반이 있는 곳에서 성장해야 되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면서 나스닥과 관련된 부분은 어떤 식으로 저희들이 인식하고 활용해 나갈 것이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좀 고민을 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나스닥에만 상장을 하든 아니면 동시 상장을 하든 그런 부분을 다 옵션으로 놓고 검토를 해보도록 하겠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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