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중요시설 한강철교, 테러 무방비…"막을 사람이 없다"

뉴스1

입력 2021.07.05 06:00

수정 2021.07.05 06:00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지난 2016년 7월13일 주한미군 동두천 미2사단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장비를 싣고 평택으로 이동하는 열차가 서울 한강철교를 이동하고 있다.2016.7.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 2016년 7월13일 주한미군 동두천 미2사단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장비를 싣고 평택으로 이동하는 열차가 서울 한강철교를 이동하고 있다.2016.7.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편집자주]한 나라의 철도는 국가기간시설로 평소에는 '국민의 발'이란 역할을 하지만 전시에는 물자와 병력을 나르는 가장 중요한 국가 인프라 중 하나다. 이같은 국가중요시설 지킴이가 개인 화기 하나 조차 구비하지 않은채 테러와 맞서고 있다면 어떨까. 뉴스1이 점검에 나섰다. 철도 보안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해 4월 어느날 이미 동이 터서 사위가 밝아진 오전 7시쯤 한강철교 북측 경비 초소에서 근무하는 방호원 A씨는 철로 주변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업체로부터 '거수자(거동수상자)가 건물 담을 넘어 철로 쪽으로 걸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실제 얼마 지나지 않아 철로 주변을 관찰하는 폐쇄회로(CC)TV에 거수자의 모습이 잡혔다.



A씨는 곧바로 외부에서 순찰을 하고 있던 동료 방호원 B씨에게 거수자를 확인해보라는 무전을 보냈다. B씨는 동료가 말한 장소로 몸을 돌렸고 곧 전방에서 걸어오는 낯선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B씨는 거수자에게 다가가 철로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안내하려 했으나 거수자는 B씨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곤 냅다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200미터가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B씨는 담을 넘어 도망가려던 거수자를 따라잡아 멈춰 세웠다. 이제 상황이 종료됐다고 생각하는 찰나 거수자가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짚어 넣었다. 무엇인가를 꺼내 들려는 것만 같아 B씨는 덜컥 겁이 났다.

"저희가 가진 건 가스 분사기(가스총)하고 경봉밖에 없는데 혹시나 흉기를 꺼내 들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B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거수자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B씨는 이후에도 누군가가 시설 내부로 침입해 대응을 나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안고 출동한다고 했다.

◇국가철도공단 한강철교 방호원, 테러대응 무기는 '가스총'

한강철교를 지키는 A씨와 B씨는 국가철도공단 소속의 방호원이다. 이름은 방호원이지만 시설 방호를 위해 특별하게 권한을 가진 것이 없어 사실 공단의 다른 직원들과 같은 회사원 신분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중요시설을 방호하는 청원경찰이나 특수경비원처럼 총기를 소유할 수도 없으며 거수자가 침입한다고 해도 적극적·선제적 대응하기도 어렵다.

또 불심검문 등의 직접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자신이 위급상황에 빠졌을 경우 '정당방위의 차원에서 자구 행위'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B씨는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대화를 해서 '이리로 와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며 "잘못해서 신체접촉이 있을 경우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결국 방호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안내와 경찰 신고뿐이라는 것이다.

심문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기 때문에 B씨는 거수자의 신분이나 한강철교 쪽으로 걸어가려 한 목적도 물을 수 없었다. 주머니에 왜 손을 짚어 넣은 것인지도 묻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초소 쪽으로 거수자를 '안내'를 한 뒤 경찰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착각 때문에 초소 주변으로 들어오는 시민들을 저지하는 일이라면 '안내와 설득'으로도 해결이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언제든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B씨와 같은 방호원들은 본인들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고 무기 사용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테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털어놨다.

◇청원경찰 전환 필요하지만 철도공단 "방호원으로 충분"

한강철교는 전시나 평시 외부에 의해 공격당하면 국가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된 교량이다. 철도공단은 한강철교 이외에도 17개의 국가중요시설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경비하는 이들은 모두 일반 방호원이다.

비상시에도 총기를 소유하지 않으며 외부 침입이나 위해 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권한도 없다. 심지어 비상시 동원령이 선포되면 예비군, 민방위로 동원되기 때문에 안보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에 철도공단 소속의 방호원들을 중심으로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방호원의 신분을 청원경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공단은 '현 체제에서도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방호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중요시설 방호와 관련된 법률인 통합방위법의 소관부처인 국방부 측도 총기 미소지, 화기 훈련 미실시 등의 문제를 개선할 것을 공단에 요구했지만 공단 측은 법령해석이 자신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단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군·경이 출동하기 때문에 방호원들이 더 많은 무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청원경찰로의 신분변경에 대해서도 인원 선발 등 추가적인 행정절차 소요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는 일반 방호원으로도 국가중요시설을 방호할 수 있다는 공단 측의 주장에 대해 "통합방위법 시행령 32조에 의거해 (국가중요시설 방호는) 개인 화기를 운용하고 사격을 할 수 있는 신분이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라며 "일반 방호원은 관련 시행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공단, 외부 용역업체 맡겼다 논란되자 정규직 전환

한편, 철도공단은 지난 2018년 국가중요시설 방호를 외부 용역업체에 맡겼던 것이 논란이 되자 2018년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결원 인력은 신규 채용해 증원했다.


이때 충원된 방호원들은 통합방위법이 국가중요시설 방호인력을 '청원경찰, 특수경비원, 예비군, 민방위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당시 청원경찰제를 도입해야 했지만 공단의 잘못된 법해석으로 현재의 기형적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경비원의 경우 특수경비업체만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단의 경우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는 이상 고용이 불가능하고 직고용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공단은 통합방위법에서 기재된 '등'의 표현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방호원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에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양새롬 박동해 김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