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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김부선과 김하선, 그사이 김용선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5 18:04

수정 2021.07.05 19:15

교통난이 부른'김X선'논란
잘못 꿴 신도시정책이 뿌리
자족형 지역 거점 육성해야
[구본영 칼럼] 김부선과 김하선, 그사이 김용선
수도권 서부 지역 민심이 몇 달째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교통난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 탓이다. 지난 4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이른바 '김부선'(김포~부천)으로 제시한 정부안이 불씨가 됐다. 수도권 다른 지역과 출퇴근 편의성 등이 비교되면서다.

성난 민심에 놀란 정부는 지난달 29일 '김부선'을 GTX-B 노선을 공유해 서울 용산까지 잇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천 검단과 경기 김포 일대 주민들은 '짝퉁 김용선'이라며 시큰둥하다.
인천공항과 김포에서 각각 출발한 노선이 부천에서 만나 서울 강남을 찍고 경기 하남까지 이어지는 안에 대한 애착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이들의 변치 않는 '김하선' 사랑은 수도권 교통대책이 그만큼 꼬였다는 뜻이다. 문제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와 맞물려 있어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부권엔 집값이 비싼 서울을 떠난 주민 비중이 크다.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집을 산 출퇴근자들에게 '김하선'의 사업성이 약하다는 논리가 먹혀들 리도 없다.

이 같은 '김X선' 논란은 결국 수도권 신도시 정책의 실패를 가리킨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들은 이미 교통망이 잘 짜여진 편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3기 신도시도 서울과 근접한 데다 GTX-A·B·C 노선이 예정돼 있다. '김부선' 연변의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의 교통 인프라가 가장 열악한 게 현실이다.

그러니 D노선의 서울 연결을 바라는 서부권 민심을 그저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폄하하긴 어렵다. 25차례 정책 헛발질로 부동산시장을 들쑤신 장본인이 문재인정부 아닌가. 그렇다면 남은 임기 동안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직결 등 '김부선'을 보완·확장하는 대안을 추가로 강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와 함께 수도권 교통난의 근본원인도 짚어봐야 한다. 역대 정부의 수도권 집중 완화정책의 실패가 누적된 결과임을 직시하란 얘기다. 특히 최근 공개된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보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인구유입이 다시 늘어났다.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웠던 문 정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현 정부 들어 수도권 인구 순유입이 늘어난 주요인은 지방과의 고용격차다. 이를 외면한 균형발전정책이 통할 리 만무하다. 서울 집값을 잡는다며 규제와 징벌적 과세를 총동원한 결과를 보자. 서울 거주자들이 일자리 없는 지방 대신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수도권 교통난만 심화되지 않았나. 폭발한 '김부선' 민심은 그 징표다.

더욱이 수도권이 갈수록 광역화하고 있으니 더 큰 문제다. 경기 수원·평택을 거쳐 충남 천안·아산까지 서울 기준으로 이미 반나절 생활권이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직자 비중이 적잖은 그 밑의 세종시도 사실상 수도권이다. 서울을 기점과 종점으로 하는 교통 인프라에 계속 블랙홀처럼 막대한 예산이 빨려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언제까지 수도권 인구집중과 출퇴근난 그리고 교통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악순환을 방치할 것인가. 2조1000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 '김부선' 사업비는 '김하선'으로 바뀌면 5조9000억원으로 껑충 뛴다. 서울 외곽에 짓는 베드타운인 신도시들이 결국 '돈 먹는 하마'를 키우는 꼴인 셈이다.
임기 말 문 정부가 지역별 자족형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이유다. 차기 정부에 짐만 잔뜩 지울 3기 신도시 건설에 기울이는 절반의 노력이라도….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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