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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원전 시장 진입 늦은 한국, 과감한 투자로 기술확보해야 [에너지대전환 '리셋' 탈원전]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5 18:24

수정 2021.07.05 18:24

<中> SMR이 수출 돌파구
2035년 시장규모 최대 620조
미·러·중·영 등 원전강국 각축
건설비용 절반에 안전성 확보
한국, 세계 최초 개발했지만
정책지원 늦어 상용화 부진
소형원전 시장 진입 늦은 한국, 과감한 투자로 기술확보해야 [에너지대전환 '리셋' 탈원전]
한국은 2009년 총 400억달러 규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 사업을 수주한 후 12년간 추가 수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글로벌 원전시장이 안전성이 높은 소형모듈원전(SMR) 위주로 재편되는데, 한국은 2012년 세계 첫 소형원전인 '시스템 일체형 원자로(SMART)'를 개발하고도 10년째 상용화가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SMART'에 이어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8년간 4000억원 투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원전강국들보다 크게 뒤처졌다. 미·러·중·영 등은 이미 자국 내 SRM 건설뿐 아니라 개도국 등 해외수출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원전시장은 대형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은 SMR이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한미 원전동맹'도 SMR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전강국 격전에 한국은 지원 부진

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이후 글로벌 탄소제로 기조로 SMR 시장 규모는 2035년 390조~620조원(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은 총 71기(2020년 9월 기준)다. 원전강국인 미국(17기), 러시아(17기)가 다수를 차지하고 중국(8기), 일본(7기), 영국(2기), 한국(2기)도 개발에 나섰다. SMR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교체 수요 등으로 각광받으며, 액화천연가스(LNG)발전과는 경쟁관계다.

미국 정부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를 투자한다. 러시아는 세계 첫 해상 부유식 SMR을 상용화해 2020년 5월부터 동시베리아 페베크시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해상부유식 SMR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올해 상용화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영국도 SMR 개발·상용화와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6000억원을 투자한다.

다른 나라들도 원전건설에 관심이 높은데 대형원전보다 SMR을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도시 간 거리가 1000㎞씩 떨어진 곳도 있어 대형원전을 건설하면 송전망에 자금이 대거 투입된다"며 "대신 SMR 1기를 건설하고 신재생에너지, LNG발전 등으로 보완하면 전력 공급에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국은 'SMART' 기반 사우디에 SMR 수출을 추진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다. 정부가 i-SMR을 2028년까지 개발완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탈원전 기조로 정책지원이 부족했다.

한 원전 전문가는 "i-SMR은 개발지연으로 경제성·안전성이 확증된 실증로를 5년 내에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수출은 대형원전 위주로 두드리고, 한미 원전동맹 등에서 SMR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원전시장 왜 SMR에 빠졌나

그렇다면 글로벌은 왜 SMR에 높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SMR의 장점은 '3S2M'으로 요약된다. 단순(Simple)하고, 빠르고(Speed), 안전(Safe)하다. 또한 다재다능(Multi)하면서 시장친화적(market)이다. SMR은 일체형 설계로 원전의 여러 요소들을 없애거나 단순화했다. 또 모듈화를 통해 공장에서 조립해 현장에 설치해 공사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UAE에 수출한 1.4GW의 대형원전은 약 5조원을 들여 건설공기가 48개월 걸린다. 반면 혁신형SMR은 최대 170㎿ 4기를 모듈방식으로 건설하면 비용은 3조원 이하, 건설기간은 24개월로 짧아진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심형진 교수는 "노심 손상 발생 확률이 대형원전은 10만년에 1번 정도"라며 "SMR은 그보다 1만배 더 안전한 10억년에 1번 정도 있을 수 있는 요건에 만족시키도록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일반 2G폰으로 할 수 없는 여러 기능을 소화하듯, SMR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생산뿐 아니라 물에서 수소를 뽑아낸다. 안전성이 확보돼 도심인근에 설치해 주민 지역난방과 화학 플랜트에 열 공급도 가능하다.

원전시장이 소형화, 모듈화 방식으로 발전하고 여러 활용법이 추가되면서 약점으로 지목됐던 경제성을 상쇄할 만한 매력이 늘어났다. 원자력연구원 임채영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SMR은 건설기간과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민간 주도로 재편돼 기술개발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도 SMR에 힘을 싣고 있다.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지난달 워런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를 통해 10억달러를 투자받고 미국 와이오밍주에 345㎿ 규모 SMR을 짓기로 했다.
국내에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상당기간 상호 보완하겠다며 원전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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