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3년 전만해도 야구대표팀 '막내'였던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어느덧 야구대표팀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에 입문한 2017년부터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은 그는 2020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으로 향하는 건 3번째인데 이번에는 기필코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김경문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 재현에 나서는데 그 선봉에는 이정후가 있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7년부터 정교한 타격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던 이정후는 성장을 거듭하며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신인상과 함께 세 번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으며 큰 기복 없이 매년 3할 타율과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최연소(22세10개월)이자 최소 경기(597) 800안타를 달성했다.
'타격 기계'가 된 이정후는 야구대표팀 단골이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는데 아시안게임 3연패에 기여했으며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에도 앞장섰다. 그렇지만 그가 시상대 맨 위에 선 것은 아시안게임뿐이었다.
이정후가 참여한 세 번의 국제대회 중 두 번이 일본에서 개최됐는데 우승은 다 일본의 차지였다. 한국은 두 대회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었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야수들은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했는데 이정후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적지에서 치른 4번의 한일전에서 14타수 2안타 1볼넷 1사구로 타율이 0.143에 그쳤다.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던 이정후로선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조에 속했으나 금메달을 따려면 반드시 맞붙게 돼 있다. 이정후도 설욕을 꿈꾸고 있는데 2년 전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자신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와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우승후보 1순위' 일본만 잡는다고 금메달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도쿄 올림픽 야구는 한국, 일본,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 등 6개 팀이 참가한다. 금메달 경쟁률은 6대1로 13년 전 베이징 대회(8대1)보다 줄었으나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상대다. 세계랭킹이 24위로 참가팀 중 가장 낮은 이스라엘도 사실상 미국 대표팀과 다를 바 없다.
복잡한 패자부활전 방식에 따라 한 경기라도 삐끗하면 우승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해진다. 때문에 세대교체로 젊어진 야구대표팀에서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정후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등이 빠지면서 김경문 감독은 내야 수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종 명단을 짰다. 그래도 방패만으로 이길 수는 없는 만큼 이정후를 중심으로 창도 날카로워야 한다.
아울러 강백호(KT 위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후배들도 많아지면서 이정후의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이정후는 "이전 대표팀에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것 같다. 이제는 형들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야구대표팀의) 중심이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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