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진짜 친환경 맞아?" 압박면접 받는 K배터리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8 07:30

수정 2021.07.08 07:56

배터리 '전생애주기' 탄소배출량 검증 요구↑
친환경에너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  
탄소배출량 줄이기 나선 배터리 업계
[파이낸셜뉴스]
서울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서울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완성차 업체들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전생애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자료를 요구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탄소 배출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기차를 운전할 땐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지만, 배터리 원료인 광물을 채굴하거나 배터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선 여전히 탄소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터리를 제조할 땐 배출되는 탄소량은 내연기관 보다 45%가량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사들은 완성차들의 LCA 요구에 탄소배출량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LCA는 제품의 원료 생산 과정부터 제조 공정, 유통, 사용, 재활용, 최종 폐기까지 전생애주기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최근 열린 스토리데이에서 "OEM(완성차업체)들이 LCA에 대한 부분을 요구하는 추세"라면서 "정부 규제도 따라가야 하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LCA 탄소배출량 감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주행 중 내뿜는 탄소량이 '제로'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 과정과 전후방 관련 산업에서 탄소 배출이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를 광산에서 캐낼 때 투입되는 장비에 따라 탄소가 배출된다. 배터리 및 소재 공장을 돌리는데 필요한 전기도 그렇다. 화력발전소에서 끌어온 전기를 쓰면 탄소가 발생하는 걸로 본다.

이처럼 전기차를 운행할 때만 친환경이어선 안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LCA가 요구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관련 규제를 예고했다. 오는 2025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는 LCA에 기반한 탄소배출량을 제출해야 한다.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지난달 연구용역을 발주해 국내 배터리 관련 산업의 LCA 수준 파악에 나섰다. 이에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제조사들은 해외 공장을 중심으로 RE100을 추진 중이다. RE100은 제조 공장이 사용하는 전기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다 쓴 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등 광물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를 만드는 데 투입한다. 높은 회수율이 관건이다. 광산에서 직접 광물 원료를 추출하는 방식보다 약 30%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배터리 산업의 LCA는 내연기관보다 절반 아래로 내려갔다. 5~6년 전만 해도 내연기관 탄소배출량과 동일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현재 배터리의 LCA 탄소배출량은 내연기관보다 45% 정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면서도 "하지만 이 수치마저도 더 낮추기 위한 정부 및 시장의 요구와 제조사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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