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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저출산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7 18:24

수정 2021.07.07 18:24

[fn광장] 저출산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2020년 0.84명으로 하락했던 초저출산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월 통계청 발표 인구동향을 보면 출생아수는 9만3339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또 3.7%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도 출생아수도 28만명대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끝없이 떨어지는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녀 출산 여부는 100% 개인의 선택 문제이다. 한때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1980년대 초반에는 합계출산율이 2.0 이하로 하락했지만 이것이 산아제한 정책의 효과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필자가 세계 149개국의 합계출산율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데이터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1인당 GDP와 합계출산율이 역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GDP, 즉 경제적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는 합계출산율이 3.0명 이상으로 높았지만,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면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의 합계출산율은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2.0명 이하 수준에서 머물렀다.

잘사는 국가 중심으로 더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스라엘은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었지만 출산율은 3.0명 수준이어서 매우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출산율이 2.0에 가까운 반면 동아시아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극히 낮았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는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별로 나타나는 다른 특징은 물질적 경제수준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문화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스라엘은 높았고, 가족적 색채가 강한 동아시아와 남부유럽은 낮았다. 반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안정적이었다. 이렇게 볼 때 출산율을 높이자면 유럽국가 중 스웨덴 등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스웨덴 등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복지지출 중에서도 가족관련 지출이 매우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GDP 대비 가족관련 재정지출 비율의 평균은 2.0% 선을 조금 상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2%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가족관련 재정지출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녀 양육과 교육의 부담이 개별 가족의 부담이 되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출산율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와 사회가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나누어 지는 것이 북유럽의 사례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벤치마킹이 필요한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지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는 더 중요하다. 가족관련 재정을 현물과 현금으로 분류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현물에 대한 지출은 2018년 GDP 대비 1.01%로 OECD의 0.95%(2017년)를 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금에 대한 지출은 0.20%로 OECD 평균 1.16%에 비해 크게 낮았다.
따라서 재정을 확대할 때 현물보다는 현금 형태의 지출에 집중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는 현물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우리도 이에 따라 재정지출을 늘려왔지만 지출방향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저출산이 만들고 있는 디스토피아적 한국의 미래에 대해 국민 모두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