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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 악몽의 밤, 신은 멀고 악은 가깝다[리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8 09:25

수정 2021.07.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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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 스틸 © 뉴스1 /사진=뉴스1
랑종 스틸 © 뉴스1 /사진=뉴스1
랑종 스틸 © 뉴스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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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05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05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공포보다는 악몽에 가깝다” “후반 45분은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 ‘랑종’을 둘러싼 반응은 '곡성'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나홍진 감독의 이름값에 걸맞게 범상치 않다.

‘랑종’은 ‘곡성’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무당 ‘일광’의 전사를 그려보고 싶다는 나감독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나감독이 ‘셔터’ ‘샴’으로 유명한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에게 연출을 제안하고 그가 나감독의 원안에 살을 더하고, 현지 산골마을에서 촬영하면서 ‘곡성’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공포영화로 완성됐다. 과연 귀신은 존재하는가? 나 감독은 말한다. “귀신이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띈 이 영화는 태국말로 무당을 뜻하는 랑종 ‘님’을 카메라에 담는 여정을 통해 관객을 태국 샤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축축한 습기와 구불구불한 나무뿌리로 뒤덮인 마을의 숲은 그자체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와 두려움에서 관객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이는 극중 신 내림을 거부한 언니 대신 랑종(무당)이 된 ‘님’의 평온한 얼굴이다.

님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오빠 아들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언니의 딸인 밍의 이상증세를 목도한다. 영화는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여성 밍이 이상행동을 간간히 보일 때마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러다 퇴마의식을 앞두고 카메라에 포착된, 밍의 한밤중 '프릭쇼'에서 예상치못한 공포는 그야말로 극에 달한다.

두 눈을 질끈 감게 만들 정도로 오싹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그녀 몸속에 깃든 초자연적인 존재는 배고픈 들짐승 같다가 발정난 수컷 같고 때로는 원한에 서린 혼령 같기도 하고 도무지 정체를 가늠할 수 없다. 그저 그것은 교활하고 야만적이며 잔인무도하고 인정사정없다.

‘곡성’ ‘부산행’의 박재인 안무가가 밍을 연기한 신예 나릴야 군몽콘켓의 기괴한 동작을 지도했는데, 이 모든 것을 소화한 그녀의 열정에 경탄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태국에서 ‘무대의 여왕’으로 통하는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도 발군의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그녀의 여정을 통해 관객은, 무당이 되기 싫어 동생에게 자신의 업을 전가한 언니의 이기, 젊은 남녀의 근친상간, 한 집안의 비극적 가족사 등 인간이 저지른 온갖 죄와 욕망의 흔적을 접한다.


더불어 신내림을 받아들이고 조상신을 모셨지만 거대한 혼의 집합체 앞에서 모든 것이 흔들리는 님의 마지막 인터뷰 영상은 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잊고 살지만 인간은 그저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얼마나 나약한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신은 너무 멀리 있고, 악은 너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 14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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